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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아카시아꿀의 영광 VS 눈물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나는 아카시아꿀이다. 아카시아라 불리는 아까시나무 꽃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천연 벌꿀 중 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시장에서 파는 꿀 중에서 가장 비싸기도 하다. 실제 다른 꿀보다 당도가 높다. 게다가 은은한 색깔에 맛까지 고급스러워 ‘벌꿀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장수과자를 탄생시키다

요즘 내 덕을 톡톡히 본 기업이 있다. 바로 농심이다. 농심에서 1972년 내놓은 꿀꽈배기가 46년 동안 누적 판매 30억개를 돌파했다. 하루 18만개꼴로 팔린 셈이다. 그래도 30억개라는 숫자가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1972년 출시 당시 꿀꽈배기 [출처=농심]

꿀꽈배기 한봉지의 길이는 약 24㎝다. 누적판매량 30억개를 곱했을 때 그 길이는 지구 둘레(약4만㎞)를 약 18번 돌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 기록을 세우기까지 내가 세운 공이 컸다. 농심은 1970년대 초 설탕 원료 스낵과 차별화를 위해 꿀꽈배기 출시때부터 과감하게 나를 갖다가 썼다. 꿀꽈배기 한봉지에 들어가는 나의 양은 약 3g이다. 적어보여도 꿀벌 한마리가 70회에 걸쳐 모은 양이다. 그동안 내가 들어간 양을 모두 더하면 자그마치 8000t에 달한다. 

현재 판매되는 꿀꽈배기 [출처=농심]

46년간 꾸준히 판매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고급스러운 단맛때문이다. 사람들은 천연 꿀맛나는 과자에 열광했다. 출시 이듬해인 1973년 꿀꽈배기가 500만개 이상 판매돼 이미 대박 조짐을 보였다. 지금도 꿀꽈배기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상품이 됐다. 사실상 이 몸이 세운 성과다. 

   생산량이 반토막나다

이런 화려한 기록 뒤에 나는 서글픈 현실에도 직면해 있다. 사실 나는 비싼 몸이면서도 귀한 몸이다. 아까시나무 꽃이 5월에 피면 겨우 10~12일만 있다가 진다. 내가 나올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

대신 지역마다 아까시나무 꽃 개화시기가 달라 양봉업자들은 이동하면서 나를 생산하곤 했다. 가령 전라도에서 5월초 나를 채취하면 한달 뒤 강원도에서 나를 생산하는 식이다. 

아카시아꽃 [출처=허니피디아]

그런데 요즘 이런 방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아까시나무 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며 지역차가 줄고 있다. 작년 전라도와 강원도 개화시기 차이는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상기후까지 닥쳐 그나마 있던 꽃들도 더 빨리 떨어졌다. 나를 만들어주는 벌들이 꿀을 못구해 자기들끼리 싸우다 떼죽음을 당할 정도라 한다. 


이런 마당에 내친구도 점점 줄고 있다. 2013년 우리들 생산량은 1만4000t이었는데 지금은 7000t대인 절반으로 줄었다.

우린 그저 예전 만큼이라도 세상에 나오고 싶다. 다른 거 크게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이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우리를 오래오래 즐겼음 좋겠다. 그리고 꿀꽈배기는 우리랑 같이 앞으로 50년 이상은 더 갔으면 좋겠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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