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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父에 간 기증한 학생, 간이식 외과 의사ㆍ간호사 되다
-서울아산병원 최진욱 의사·형민혁 간호사, 2006년 2014년 아버지께 간 기증
-“간 이식 수술 받은 환자 볼 때면 항상 부모님 생각나죠”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말기 간 질환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하기 위해 2006년과 2014년 각각 수술대에 올랐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과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의사와 간호사가 되어 간이식 환자를 돌보는 수호천사가 되었다.

그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병동에 근무하는 의사 최진욱씨(31세, 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형민혁씨(25세)이다. 간이식 병동(102S)에서는 진욱씨와 민혁씨 모두 동병상련의 아픔을 아는 의사와 간호사로 통한다.


서울아산병원 서관 10층에 위치한 간이식외과 병동은 간암이나 말기 간부전 등의 중증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인 간 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까지 머물며 치료 받는 곳이다. 이식이라는 대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돌보는 현장의 의사, 간호사들은 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기증하고 지금은 간이식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아버지가 지금은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즐기고 계시다는 이들의 말 한마디에 환자들은 큰 용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배에 15cm가 넘는 수술 흉터를 가지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던 아버지를 위해 선뜻 간을 기증한 효도의 표식이다. 이제 이들은 간이식 병동에서 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위한 삶을 선택했고, 아버지의 투병과 자신들의 간 기증 경험을 환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진욱씨는 당시 고3이었던 2006년 1월 3일에 간경화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간이식 수술은 간이식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팀이 집도했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진욱씨는 어린 시절부터 간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환자를 위한 삶을 결심했다. 아버지의 투병 생활과 자신의 간 기증 경험이 진욱씨를 의료인의 길로 자연스레 이끌었고, 현재 간이식외과 파트를 자원해 아버지가 입원했던 간이식 병동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진욱씨는 “간이식을 받은 후 회복 중인 중환자를 돌보느라 하루 2~3시간씩 쪽잠을 자야하지만 환자들을 보면 모두 부모님 같아 한시도 소홀할 수 없다.”며, “지난 달 아내가 예쁜 딸을 출산했는데 너무 바빠 2번 밖에 보지 못해 딸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간이식 최다 5천례를 달성하는 등 국내 및 세계 간이식의 발전을 선도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사가 된 진욱씨는 2013년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올해 3월부터는 간이식․간담도외과에서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민혁씨는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2014년 1월 29일 간암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민혁씨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 역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팀이 집도했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민혁씨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B형 간염을 앓았고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간암까지 발병해 간절제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1년 후 다시 암이 재발했다. 민혁씨 역시 간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지켜보며 간호사의 길을 결심했고, 지금은 아버지가 입원했던 간이식외과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민혁씨는 “아버지의 투병과 저의 간 기증 경험은 간호사로서 간이식 환자들을 공감하며 간호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자산이다. 중환자들이 많은 병동에서의 간호사 역할은 하루 하루가 고단하지만 환자를 볼 때면 4년 전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아버지 생각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혁씨는 2013년에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해 4학년이었던 2016년 2월 서울아산병원 외과중환자실(SICU2)에서 인턴 과정을 마치고, 2017년 7월부터는 간이식 병동에서 정식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지난 4월 말기 간 질환으로 딸에게 간을 기증받은 50대 가장 정모씨(남)는 “간 이식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을 거쳐 간이식병동으로 올라왔을 때 최진욱 선생님의 자식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최진욱 선생님과 형민혁 간호사에게 항상 고마운 만큼 앞으로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최진욱 임상강사(왼쪽)와 형민혁 간호사(오른쪽)]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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