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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업계 ‘주 52시간 근무’, 어떻게 시행해나가야 할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018년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주당(週當) 최장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콘텐츠제작 관련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중이지만, 콘텐츠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어 좀 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발문관 소강당에서 ‘콘텐츠 분야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콘텐츠업계의 노동시간 단축 제도 변경 사항과 활용 지원제도를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작업장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어느 정도 예외적 적용을 받는 특례업종은 육상운송업과 보건업 등 5개 업종이다. 하지만 영화,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광고, 패션, 만화, 대중문화 관련 업체들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2019년 7월1일부터 새 제도를 적용받게 된다. 법정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일과 가정을 양립해 저녁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업무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콘텐츠업계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령, 배우와 가수의 매니저는 이동시간과 현장 대기 시간이 많아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어렵다. 대기시간도 대기만 하는 것이 아닌, 100% 근무시간이다. 

게임업체 등 업계의 관행인 ‘크런치 모드’(게임출시 등 콘텐츠 제작 만기를 앞두고 하는 밤샘 작업)를 무작정 없애기도 어렵다.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2부장은 게임업체인 넷마블이 1년간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후 신작을 못내놓고 이익이 급감됐다는 컬럼을 쓰기도 했다.

음반제작사의 송캠프와 드라마 제작사의 협업 등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 관련 노동방식도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콘텐츠업계는 좀 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콘텐츠업계 등 특정기간에 집중 근로가 필요한 기업들이 새로 바뀌는 근무시간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유연근무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로 나눠지는데, 특히 콘텐츠업계에서 활용할만한 제도는 재량근로시간제다.

재량 근로시간제는 업무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인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제작 사업에서의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라고만 돼있다. 나머지 스태프는 재량권이 없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 또한 모순이다. 영화 감독과 프로듀서만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촬영감독, 미술감독은 재량권이 없다고 보는 식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정책방향과 개정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본질이 빠져 현상에만 급급한 것 같다”면서 “드라마제작의 경우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제작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나 방송계 종사자들은 소득이 줄어들고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영화업계 일은 노동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영화는 다른 분야와 달리 촬영감독과 미술감독도 재량 있는 스태프에 해당될 수 있겠다. 새 제도가 업무시간을 감독,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든다. 우선 영화 제작 업무 환경을 표준화해서 중복 노동을 피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게임업계는 시행착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혹한 처벌보다는 계도하는 게 우선이다”면서 “크런치 모드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업계의 이같은 의견과 주장에 대해 김정훈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근무시간 단축제도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노동체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계 의견을 더 잘 수렴하겠다. 고용노동부와 상의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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