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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2018년 6월12일은 어떻게 기억될까
북미정상회담은 한 차례로 끝날 것같지 않다. 이제껏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줄곧 ‘일괄타결’ ‘선 비핵화-후 체제보장’을 주장해 왔다.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와는 양극점. 접점이 안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확실히 공기가 달라졌다.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에서 한결 유연해진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를 들고 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이번 정상회담을 “과정(process)”이라고 규정했다.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서는 “한 번의 회담으로 될 협상(one-meeting-deal)이 아니다”고 했다. 회담이 잘 되면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도 했다. 10일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엔 “단 한 번의 기회”라며 북한을 압박하는 듯 하더니 이내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관계를 맺고, 이후 과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후속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샷 해법’ 원칙에서 다소 고삐를 늦춘 배경은 북핵 폐기까지의 기술적 복잡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계적 해결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북미정상회담의 ‘흥행 화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대내용 전략도 포함됐을 터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잘 쓰는 말로, 좋으나 싫으나 ‘채널고정!’(Stay tuned) 상황이다.

‘역사의 소용돌이’란 말을 최근 곱씹게 된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대를 향해 ‘노망난 늙은이’ ‘꼬마 로켓맨’이라고 저주와 악담을 퍼붓던 두 정상이 곧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더없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나눌 것이다. 미국 본토를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배치 위협과 북한을 상대로 군사옵션 경고를 날리던 이들은 상대를 추켜세우는 덕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6월12일’을 역사에 기억되게 할 순간은 바로 이 다음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목표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다. 빠른 시일내에 비핵화 절차를 이행하고 이를 검증케 한다면 체제보장과 경제번영을 약속하겠다” 하고 김 위원장이 “CVID 수용하겠다”고 화답한 뒤 ‘이행 시간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면, 모두가 이기는 게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반면 회담 도중 둘 중 한 명이 ‘정중하게’ 자리를 뜨거나, “앞으로 한반도에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오늘 멋진 친구를 만났다”(트럼프) “비핵화 의지를 믿어준 트럼프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김정은) 식의 ‘말의 성찬’만 주고받은 뒤 박수치고 헤어질 경우 모두를 난감하게 하는 시나리오가 된다. 아니 한 발 더 내딛는다 쳐도, 북한의 ICBM 폐기 확답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한다면 이건 또 우리와 일본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수차례 강조했듯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 이를 위해선 ‘세기의 담판’에 마주한 두 정상의 ‘과감한 결단’이 절실하다. 부디 이번 회담이 세계 역사를 잠깐 들었다놓는 작은 소용돌이에 그치지 않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를 향해 도도히 앞으로 흐르는 역사의 크고 선한 물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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