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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빙’이 당신의 공감능력을 말살한다
스마트폰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대화는 실종, 인간성은 ‘가면’ 뒤에 가려져

불안·외로움 초래…면대면 대화가 해결책
2011년 위험성 경고 이어 치유방법 제시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와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서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은 일상에서 흔한 풍경이다.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호응하는 건 잠깐, 금세 시선은 휴대폰으로 향하고 만다. 이를 ’퍼빙(phubbing)’이라고 한다. 휴대폰의 ‘phone’과 무시한다는 ‘snubbing’을 합성한 신조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건성으로 눈을 맞추는 걸 말한다.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연구하는 기술심리학의 선구자인 셰리 터클 MIT교수는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원제:Reclaiming Conversation)’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퍼빙 상태에 있다며, 테크놀로지에 대화를 빼앗겼다고 경고한다. 

““문자메시지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괜찮다는 느낌은 그 순간에 강화된 착각일 뿐이다. (…)온라인은 하루에도 수없이 이런 ‘풍요로운 순간들’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그들의 하루는 디지털 접속에 야금야금 먹히다 결국 부실한 삶으로 내몰린다.”

이런 상태에선 대화는 가볍고 겉돌 수 밖에 없다. 누구도 대화가 진지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 대화의 방향이 무거워지면 누군가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는 ‘가벼운 분위기로 가자’는 의사표시가 된다. 더 이상 의미있는 대화는 없다.

터클 교수는 인간관계란 풍부하고 복잡다단하다며 얼굴을 마주보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만이 경청하는 법,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나의 말이 전달되는 기쁨과 이해받는 기쁨을 경험하고 자아성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휴대폰 속에서 뭔가를 하는 속에서는 대화나 관계맺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얼핏 터클 교수의 ‘대화 실종’발언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메일로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그에 따르면, SNS 대화는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그 사이에 가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가 깊은 관계를 방해하는 핵심은 ‘대리인’ 즉 자신의 최상의 모습만 보여주는 데 있다. 더욱이 편집과 수정이 가능하다. 이런 대리인의 모습으론 오래 관계를 맺어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문자 메시지가 전달하는 것은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그가 되고 싶어 한 자신이기” 때문이다.

터클 교수는 이를 ‘골디락스 효과(Goldilocks, 과하지 않고 적당한 상태)’라 부른다. “디지털을 끼고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즉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거리에 있을 때” 최적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절대로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SNS대화에 숨겨진, 우리가 착각하는 느낌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가령, 온라인 의사소통은 짧은 시간에 자기표현을 더 잘 통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말할 때보다 텍스팅을 할 때 상대를 더 통제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이는 단지 ‘느낌’일 뿐이다.

또한 지루할 때 휴대폰에 접속, 새로운 것들을 찾아나선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끊임없이 유입되는 접속, 정보, 오락에 금세 지루해져 끊임없이 배회한다. 수많은 접점들을 거쳐가며 우리는 ‘풍요로운 순간’을 맞는 듯하지만 부실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된 이상 선택지 앞에서 내 선택이 최선이 아니라는 불안감과 후회에 시달리게 된다.

소셜미디어에선 너도나도 긍정적인 것만 공유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감정을 처리하는 훈련은 이뤄지지 않는다. ‘좋아요’의 세상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자신이나 타인에게 신속히 반응하지 못하고 무감각해질 수 있다.

연결된 상태에서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는 멀티태스킹도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하나다. 실제론 활동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실제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잦은 멀티태스킹은 우울증, 사회불안증, 감정파악불능 상태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SNS와 앱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는데 있다.

가령 우정을 정서의 필수 요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휴대폰처럼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란 유용성 차원에서 판단한다. 온라인 대화처럼 언제든 원하면 바로 끊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또 앱적인 사고방식은 세상이치가 알고리즘처럼 돌아간다는 발상으로 우정도 관리해야 하는 것, 많이 거느리는 것, 도구를 가지고 대처하는 것으로 보게 만든다.

저자가 우려하는 모바일 테크놀로지의 가장 가공할 파괴력은 공감능력을 말살하는데 있다. 시선의 마주침을 통해 아이들은 공감능력을 배우게 되는데 얼글을 맞대지 않고 상대의 반응을 정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SNS 대화에 익숙한 아이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도 표정과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대하기 쉽다. 또 “목소리와 관련된 것은 모두 방해처럼 느낀다.”

이런 테크놀로지에 의한 대화 단절의 치료제는 얼굴을 맞댄 대화다. 즉각적인 만족과 빠른 속도, 정보 스크롤을 갈망하는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터클 교수는 테크놀로지를 우리의 창의 혁신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지루함에 익숙해지기다. 지루함을 내면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일하는 중에도 공상에 잠길 때가 있다. 마음이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환상에서 귀환할 때 마침맞은 것이 딸려 오기도 한다.”

저자가 2011년 펴낸 ‘외로운 사람들’이 손 안의 매력적인 테크놀로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이번 책은 더 늦기 전에 행동하자는 실행에 초점을 맞췄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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