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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간 채식갈등 풀었지만… 육식사회와 거대한 틈은 여전”
황윤 감독의 ‘삼시세끼’

채식은 시작하는 것 못지 않게 지속하는 것도 어렵다. 채식에 대한 인식은 물론 인프라도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로 수많은 채식인들의 지지를 받았던 황윤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 간의 딜레마는 해결을 했지만 육식 사회와의 딜레마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요.”

비건 지향의 채식을 하고 있는 황윤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 도영 군의 식단이 늘 걱정이다. 도영 군의 삼시세끼는 엄마보다도 엄격하다. 엄마인 황윤 감독은 가끔 먹는다는 생선도 아들은 입에 대지 않는다. 

황윤 감독의 두부 조림과 가지전

“지금 제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교 급식이에요. 학교 급식은 너무나 육류 중심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한 끼도 채식인 날이 없고, 국을 포함해 대여섯 개의 반찬엔 조금씩 고기, 달걀이 들어가 있어요. 게다가 디저트로는 유제품이 나오죠.”

도영 군의 입맛은 완전히 채식으로 기울어졌기에 학교 급식에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건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고기를 강요하는 사회인 거죠. 비육류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밥에 김치만 먹으라는 것은 소수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거니까요. 선택 가능한 급식 형태로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황윤 감독은 매일 아침 아들의 도시락을 싸며 자신의 삼시세끼도 겸사겸사 해결한다. 그는 “반찬 두 세 개를 싸면서 조금 넉넉히 만들어 내 아침밥으로도 먹는다”고 말했다. 현미밥에 채소볶음이나 견과류 조림, 두부 조림이 주를 이룬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있어 매일 샐러드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어요. 채소를 잘게 썰어 매실청에 생들기름, 들깨 가루를 넣고 견과류도 갈아서 넣어요. 취향에 따라 배나 사과, 오디 같은 과일을 곁들이면 정말 맛있고 종일 지치지 않는 활력을 줘요.”

점심으로는 현미 채식라면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에도 피해를 준다는 죄책감이 늘 따른다.

“자주 먹지 않으려 노력해요. 라면의 비닐은 수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소각하면 발암물질, 미세먼지가 돼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오게 돼요. 게다가 라면에 사용되는 팜유는 오랑우탄의 삶터인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밀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으니까요.”

라면만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체식으로는 ‘쌈밥’만한 것이 없다. 황윤 감독은 “사실 쌈밥은 라면보다 훨씬 더 ‘인스턴트’하게 즉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상추, 로메인, 쑥갓 같은 풀만 깨끗이 씻어서 쌈장이랑 같이 먹으면 되니 너무 간편해요. 라면을 먹은 날과 비교하면 확실히 컨디션이 달라요. 라면 먹은 날엔 왠지 금방 피곤해지고 잠도 오고, 혈당이 급히 올라갔다 떨어지니 금방 또 단 것을 찾게 되는데, 야채와 밥을 먹은 날에는 오후 내내 활력이 넘치고 간식도 덜 찾게 돼요.”

하루의 마지막 식사는 현미밥과 나물, 전 종류다. 시금치, 명이나물, 고사리 같은 각종 나물에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호박에 통밀 옷을 입혀 부쳐 먹는다. 가끔 별식을 준비할 때도 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루꼴라, 시금치를 곁들여 먹거나 직접 기른 바질을 넣어 토마토 파스타를 요리한다.

고승희 기자/s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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