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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동안 단식’ 이슬람권 라마단…단식, 당뇨 환자에게 오히려 ‘毒’
- 최근 무슬림이 한달가량 지킨 라마단 종료
- 건강 위해 단식하는 당뇨병 환자 종종 있어
-“규칙적 식사가 답…탈수로 혈당 오를 수도”


[헤럴드경제(자카르타)=신상윤 기자]이달 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 한 쇼핑몰의 식당가. 마침 점심 시간이라 평소 같으면 손님을 끌기 위해 내부를 훤하게 공개했을 법한 식당 입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림막 때문에 식당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가림막에는 ‘Connected Ramadan(커넥티드 라마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 현지인은 “인도네시아인 중 80% 이상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라며 “라마단 동안 단식 중인 무슬림을 위한 식당 측 배려”라고 했다.

이슬람의 금식성월(라마단ㆍ한 달 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식음을 금하는 무슬림의 종교적 의무.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이 지난 14~16일(한국시간) 끝났다. 끝나는 날이 이슬람권 국가마다 다른 이유는 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이달 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 한 쇼핑몰의 식당가 내 식당. 라마단 기간 금식하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을 위해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이 쳐져 있다. 최근 건강을 위해 단식하는 당뇨병 환자가 종종 있다. 하지만 단식은 오히려 혈당을 올리고,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자카르타=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이나 음료 섭취가 금지된 이슬람 축제 라마단 기간 무슬림은 밤에는 반대로 폭식을 해 건강을 해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가 이슬람권 국가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토후국 두바이 인구 중 50% 이상이 비만 혹은 과체중으로 고생하고, 13.5%가 당뇨 환자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많은 당뇨병 환자도 종교적 이유가 아닌 건강을 위해 단식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간헐적 단식은 혈당 등 지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단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경우가 있어,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당뇨병센터 소장(내분비내과 교수)은 “단식을 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 단식 후 오히려 혈당이 오른다. 물론 환자에 따라 데이터가일치하지는 않는다”며 “당뇨병 환자의 단식은 고혈당 정도. 치료법, 체내 인술린 분비량 등 고려할 것이 많아 관련 학계에서는 가급적 자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의 식사 요법 중 가장 큰 권고 사항은 규칙적 식사다. 하루 두 끼든, 세 끼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다. 단식의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케톤증이다. 고 소장은 “정상적인 식사를 할 때 신체의 일차적 에너지원은 포도당이지만 단식을 하면 포도당이 고갈된다. 이때 신체는 케톤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며 ”이것은 포도당 대용품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신체 세포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신체가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의 케톤을 만들게 되면 케톤증이라 불리는 위험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메스꺼움, 허약,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식을 하게 되면 약을 먹게 되지 못하는 것도 당뇨병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고 소장은 “당뇨병약은 정상적인 에너지를 섭취한다는 가정 하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식인 상태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약을 안 먹으면 단식 상태에서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 단식으로 탈수 상태가 되면 혈당이 오를 수 있고 케톤증 같은 합병증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더 무서운 상황은 단식 이후 이어질 수도 있는 폭식이다. 고 소장은 “폭식은 동일한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건강에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며 “당뇨 환자는 한 차례 폭식만으로도 몸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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