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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몰웨딩은 ‘그림의 떡’] “그동안 낸 축의금이 얼만데…”부모님 등쌀에 포기합니다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집안 어른, 주변 사람들의 반대나 여건 문제로 이를 실행해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DB]
미혼자 80%, “작은 결혼 희망”
실행 성공한 기혼자 고작 5.4%
양가 부모와의 합의가 필수적
마땅한 장소 없는 것도 걸림돌


#1. 결혼 3년차 송모(31ㆍ여) 씨는 결혼 준비 과정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평소 프라이빗 웨딩을 꿈꿨던 송 씨는 양가 하객 최대 100여 명만 초대해 파티형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친정 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시부모님은 정작 송 씨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개혼이라는 이유를 이를 반대했다.

송 씨는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입장에선 개혼인데다 초대할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작은 결혼식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며 “결국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대형 예식장에서 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봤을 때 화려해 보였을지 몰라도 내가 원하던 결혼식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2.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고모(30) 씨는 예식장의 선정 기준이 부모님이었다. 고 씨는 야외에서 양가 가족만 초대하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하객 수를 무시할 수 없어 큰 예식장을 골랐다.

고 씨는 “아버지 하객이 많다고 해서 큰 예식장을 고르되, 어르신들이 오래 앉아 계시는 걸 꺼려한다고 해서 동시식이 아닌 뷔페식 결혼식장을 골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평소에 낸 축의금이 많으시다며 하객들을 많이 초대할 것이라고 공언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집안 어른, 주변 사람들의 반대나 여건 문제로 이를 실행해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20ㆍ30대 남녀 2000명(미혼ㆍ기혼 각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문화 인식과 비용 등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의 79.6%는 작은 결혼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주변사람 설득(48.2%ㆍ복수응답)과 적절한 장소 섭외(44.1%) 문제로 작은 결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기혼자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는 응답률은 5.4%에 불과했다. 기혼자가 작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상황으로는 미혼자의 답변과 유사하게 ‘예식장소 섭외’(22.2%)와 주변사람 설득’(20.4%)을 꼽았다.

이들의 선택한 작은 결혼식은 ‘비용 최소화’가 우선인 경우가 29.6%로 가장 많았고 ‘복잡한 예식 절차 생략’와 ‘가족과 지인만을 초대한 소규모 결혼식’이 각각 24.1%로 동일했다. 작은 결혼식을 한 커플은 예단을 생략하거나(70.4%) 예물을 생략(59.3%)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작은 결혼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배경에는 축의금 문제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평소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냈던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부모님의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결혼식을 반대하는 부모들이 회사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대부분 ‘축의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거나 ‘초대할 하객을 줄이거나 선택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결혼식을 하기 위해선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님의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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