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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경 수사권조정 갈등 마무리…검찰 힘빼기 ‘글쎄요…’


학계 “검-경 수평관계 구축” 긍정적
기소독점권 그대로…개혁성 미흡
입법과정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을

정부가 오랜 진통 끝에 내놓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학계에선 검ㆍ경의 관계를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애초 목적이었던 검찰 개혁 측면에선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된다. 또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ㆍ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수사로 한정된다.

우선 검찰과 경찰이 수십 년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수사권 조정에 최초로 합의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 시각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함으로써 누린 과도한 권한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지휘ㆍ감독이 아닌 견제ㆍ균형의 관계로 바꾸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검찰이 힘쓰던 특수수사 분야를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는 것은 결국 검찰의 특권을 그대로 인정한 것과 다름 없다“며 “과거와 같이 수사와 기소 독점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대로 남겨둬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이 각자 권한을 남용하지 않으려면 기소와 수사를 확실히 분담해야 서로 통제와 견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았지만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을 검찰에 보내야 한다는 점도 현재 검찰의 수사지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종결해도 불기소 결정문과 수사기록을 보내야만 하고, 검찰이 요구하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수사종결권이 실질적으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기소 의견 송치시 이에 대한 불복제도와 통제는 분명 필요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수사종결권이 주어진다면 경찰의 업무만 늘어날 뿐, 검찰이 수사지휘를 여전히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송치 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늘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찰의 징계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현행법상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부하면 검찰은 수사관 교체만 요구할 수 있다.

정승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이 실제로 경찰의 수사를 일일이 지휘하기보단 송치된 사건의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영장청구 과정에서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지휘해왔다”며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이를 따르지 않는 경찰의 징계를 요구한다면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안의 원론적인 방향을 바르게 설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한 수사지휘권 폐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검찰과 경찰이 진정한 상호협력관계로 가기 위해선 입법 과정에서 민주적인 통제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합의는 검ㆍ경이 대등한 협력ㆍ견제 관계로 가는 새로운 시작점”이라면서도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나 정치권력 유착 등을 없애기 위해선 양쪽을 위한 민주적인 통제장치가 필수적이다. 입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모두를 위한 적극적인 개혁을 위해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6월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도 지방선거 여파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고 있는데다 국회 차원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체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은 오는 30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여당이 사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야 지도부가 이에 합의하더라도 원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회 절차법상 기간 연장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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