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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한반도 신경제지도의‘테라 인코그니타’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최근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지난겨울 평창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밝힌 평화의 성화는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이달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핵실험으로 급속도로 냉각됐던 한반도의 정세와 북미관계를 생각해볼 때 지금의 상황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전환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조류는 새로운 한반도의 경제지도가 펼쳐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통일 분야 국정과제로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이행방안’에는 한반도 전체를 환동해권, 환황해(서해)권, 비무장지대(DMZ) 등 ‘에이치(H)자형 경제ㆍ평화벨트’로 개발하고 이를 북방 경제와 연계해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안팎에서는 한반도 단일경제권은 물론이고 간도, 연해주와 동중국해 연안지역을 연결하는 거대경제권이 형성돼 경제부흥을 이끄는 시장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경제효과로 2020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0.81% 포인트 증가하고 일자리 12만8000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 철도 및 교통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등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풍요롭게 펼쳐질 한반도의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전망’은 지양하고 북한경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남한경제와 비교해 1인당 국민소득은 ‘22분의 1’, 수출액은 ‘176분의 1’에 불과한 북한경제의 현주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또한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되기에 앞서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해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끌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사실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그저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새로운 코스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기 위해 출발선에 선 것과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를 비롯하여 여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북한경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코레일은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준비하며 ‘남북대륙사업처’를 신설했고 한국수력원자력도 대북사업 전담팀을 꾸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국가자산관리전문기관인 캠코 역시 그동안 남북한 국가자산연구와 체제전환국 사례조사 등 남북경협 재개 및 활성화에 대비한 연구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2014년 통일연구 상설 조직인 ‘통일자산연구센터’ 설치와 정ㆍ관ㆍ학계 등 대북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일국가자산연구포럼’ 창립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인 통일준비 연구를 활발히 추진해 오고 있다. 연구 성과가 축적될수록 향후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해 보다 성공적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려 가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은 발길이 닿지 않은 땅을 ‘테라 인코그니타’(미지의 세계)라고 표기하고 모험을 위한 항해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역시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테라 인코그니타’이다. 모쪼록 앞으로 남북경협에 대해 보다 착실하고 사려 깊은 준비를 통해 15세기말 콜럼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남북 모두가 풍요로운 기회의 땅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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