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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체복무 도입 결정 존중하나 병역기피는 차단해야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헌재 결정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처벌은 정당하나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처벌만 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요지다. 종교적 또는 정치적 이유 등을 내세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사실상 인정해준 셈이다. 연간 500여명에 이르는 당사자는 물론 그 동안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해 온 국내외 인권단체들로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병역 의무 회피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반발이 거세다. 올들어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으로 평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여전히 분단의 장벽이 높은 우리 현실에선 아직 이른 결정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병역 문제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은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3~4년 전부터 법원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 역시 오는 8월 전원합의체에서 공개변론을 예고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 국가인권위와 엠네스티 등 국내외 인권 기관의 대체복무 권고도 잇따르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이같은 시대적 흐름과 국민정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말까지 관련 입법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근무 대상과 기간 등 여기에 담길 내용이다. 현역 입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 부분을 자칫 소홀히 하면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정부 당국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없고, 형평성을 담보할만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일단은 두고 볼 일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안보가 위협 받을 정도로 현역 병력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게 국방부 입장이다. 그 전제는 제도의 악용 소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우선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 입영자보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군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병 입대자 현역복무 기간은 20~24개월 정도다. 최소한 이보다는 훨씬 길어야 한다. 복무 기관도 치매 등 중증 환자 요양원이나 재활센터, 치안 및 소방 등 힘들고 험한 일을 하는 곳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기간이 길고 근무강도가 강해야 병역 회피 수단으로 삼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대체복무의 강도가 아무리 높다 해도 숭고한 병역 의무와 같을 수는 없다. 현역병들이 상실감이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더 각별한 배려와 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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