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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누로 조각한 폐허…문화도 시간도 번역이 되나요
폐허풍경, 비누, 가변설치 [사진제공=예술위]

아르코미술관, 신미경 개인전
2018 중진작가 시리즈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전시장 밖에서부터 향기가 코 끝을 간질인다. 향기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폐허가 기다리고 있다. 오랜시간 버텼음직한 묵직한 돌들이 쓸모를 잃고 나뒹굴고 있다. 다만 차이라면, 진짜 유물이 아니고 비누를 이용해 재현한 것이라는 점이다.

비누로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 아시아 도자기와 불상 등 문화적 생산물을 재현해 온 작가 신미경의 개인전이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18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로 조각가 신미경을 초청,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전을 7월 5일부터 개최한다. 

폐허풍경 일부.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전시에는 신미경 작가의 작업 중 국내 미발표작과 신규 프로젝트가 나왔다. 비누로 재현한 토기 형태의 도자기, 비누 벽돌로 구축한 건축 등이 주요작품이다. 작가의 작업세계 전반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신 작가 작품의 주요 키워드는 ‘번역’과 ‘시간성’이다. 영국에서 유학생으로 살던 당시, 작가는 동양인인 자신이 왜 서양미술에 대해 맹목적으로 배우고 습득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신미경 작가는 “마치 언어를 배우는 과정처럼, 아무런 맥락도 논리도 없이 수없는 반복과 흉내내기로 미술지식을 습득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번역’은 문화가 달라서 늘 100%를 전달 할 수 없듯, 나의 작업은 서양미술을 나의 방식으로 ‘번역’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 비누, 메탈파우더, 2018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시간성’은 화장실에 비누조각상을 설치해, 관객들이 비누 대용으로 이를 사용했던 ‘화장실 프로젝트’부터 야외에 비누 조각상을 설치해 비와 바람 그리고 시간으로 풍화되는 작업, 중국의 도자기나 조선시대 달항아리같은 특정 유물을 캐스팅해 문명과 시간성, 장소성, 유물의 함의를 드러낸 최근의 작업까지를 관통한다.

작가는 스스로 ‘경계를 탐험한다’고 했다. “장소적 맥락에 따라 조각이 될 수 도, 건축물이 될 수 도 있다. 화장실에 설치한 비누 조각상은 그곳에선 설치작품이지만 어느정도 사람들이 쓰다 그 흔적이 남은 상태로 미술관 진열대에 올라서면 또 다른 시간과 맥락에서 읽히기 때문에 작품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전시 제목처럼 ‘사라지면서’ 또한 ‘존재하는’ 작업들이다.

번역시리즈, 비누, 바니시, 피그먼트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신미경 작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국내 성곡미술관, 몽인아트센터, 국제갤러리,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중국 상하이 학고재갤러리, 영국 런던 헌치오브베니슨갤러리, 벨톤 하우스, 영국 국립공예디자인미술관, 브리스톨시박물관 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 난징트리엔날레,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했고, 2013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올해의 작가상’ 4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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