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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여인(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끊임없이 역작을 내놓는 작가 오르한 파묵의 열번째 장편 소설. 오르한 파묵 소설 중 가장 흥미롭고 속도감 있는 소설로 꼽힌다.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와 페르시아의 고전 ‘왕서’를 엮어 신화와 삶, 운명과 의지를 절묘하게 엮어낸 소설은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적 관계로 의미심장하게 시작된다. 이스탄불에 사는 주인공 젬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이후 아버지를 영영 보지 못하게 된다.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자 젬은 우물파는 일을 하러 이스탄불에서 30마일 떨어진 왼괴렌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우물 파는 기술자 우스타는 젬을 아들처럼 여기며 우물파는 방법과 기술을 가르쳐주고 신화와 사실이 뒤섞인 흥미로운 이야기를 밤마다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날 젬은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친 빨강머리 여인에게 사로잡혀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흙이 꽉 찬 양동이를 놓쳐 우물 자리 아래에 있던 우스타를 살해하게 된다. 발버둥쳐도 빨려들어가게 되는 운명의 힘을 통해 작가는 삶의 이면을 드러낸다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 ‘중세 ⅳ:1400-1500’(움베르토 에코 기획, 김효정 외 옮김, 시공사)=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기획하고 수백 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중세의 모든 것을 다룬 인문 시리즈로 중세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시기에 따라 모두 4권으로 구성된 책은 역사와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음악까지 현재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 중세의 다양한 사건과 사상, 제도, 문화, 예술 등을 촘촘하게 담았다. 에코는 암흑기로 알려진 중세가 실은 얼마나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 왔는지, 또 근·현대의 각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준다. 중세 컬렉션의 마지막 책인 ‘중세ⅳ’는 중세와 르네상스가 혼재된 시기를 다룬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1455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1492년 그라나다 왕국의 함락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 중세의 끝과 근대가 겹쳐지는 시기다. 15세기는 여러가지 불안의 징후와 함께 시작됐다. ‘교회 대분열’이라 불리는 두 명의 교황과 두 개의 교황청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저자는 중세는 신, 르네상스는 인간 중심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나야 진정한 중세를 만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김기섭 지음, 들녘)=정부의 지원 속에 그동안 1만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생겼다. 숫자로만 보면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지만 속빈 강정이다. 실제로 사업을 하거나 수익을 내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자활기업도 정부가 지원할 때만 유지될 뿐 이어지지 못한다. 저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자라지 못한 이유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역사적· 이념적 이해부족을 꼽는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사회주의의 ‘사회’를 떠올리는 등 ‘사회적’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올바로 정립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시장경제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모두의 경제행위이고, 국가경제는 ‘모두’를 위한 ‘모두’의 경제 행위인데 비해 사회적 경제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우리’의 경제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사회적경제의 방향성으로 꼽은 건, 우선 주변부에 대한 관심이다. 이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식도 재화의 공급에서 재분배까지 이어져야 한다. 동서 고금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본래의 모습과 방향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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