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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불안에 익숙해지기

“공포가 척추 끝에서부터 위를 향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배 속이 뒤집어지고 온몸에서 땀이 배어난다. 심장박동수가 치솟는다. 귀와 배와 눈이 불규칙하게 쿵쿵 울린다. 흐릿한 회색 얼룩이 시야를 잠식한다. 눈앞의 문자들이 왜곡되고 단어들은 물에 젖은 것처럼 휘어진다.”

아무런 경고도 닥친 자동차 사고만큼이나 갑작스런 이런 증상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걸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앤디리아 피터슨은 ‘불안에 대하여’(열린책들)에서 1989년 미시간대 2학년 수강신청때 시작된 악몽을 이렇게 기술했다.

일상적이고 평온했던 내면은 ‘나는 죽어가고 있어’라는 독백으로 가득차기 시작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마다 맥박을 찾아 느끼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이어진다.

25년동안 심각한 불안과 싸워온 피터슨의 불안장애는 마음의 병이 얼마나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유발시키는지 보여준다, 피터슨은 악전고투해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불안과 어떻게 익숙해져야 하는지 들려준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노출치료로 불리는 인지행동치료가 한 예로, 일부러 불안 증상을 유발시켜 상상과는 달리 대재난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피터슨은 불안에 잠식당했을 때의 가장 절망적인 건 공포스런 감정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보여주는 세심함과 믿음은 친밀감과 사랑을 더욱 느끼게 만든다고 말한다. 피터슨은 불안장애를 완치시키겠다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그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방법을 얘기한다. 불안이 아니었으면 매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일상을 통해 그는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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