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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간존엄 가치 거듭 일깨운 태국 동굴소년 생환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탐루엉 동굴에 고립됐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1명 등 13명 모두 구출됐다는 소식이 반갑고 감동적이다. 구조를 주도했던 태국 네이비실은 10일(현지시각)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12명의 소년과 코치가 전원 동굴 밖으로 빠져나왔고, 이들은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고립된지 17일만이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가족과 태국 국민은 물론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도 함께 환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길고 길었던 이들의 생존 드라마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매 순간 삶과 죽음이 교차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원동력은 ‘우리는 원팀’이라는 동료애와 질서였다. 소년들이 겪었을 지독한 추위와 허기, 어둠이 주는 극도의 공포감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잃지 않았기에 전원 구조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소년들을 인솔했던 에까뽄 찬타웡 코치의 리더십과 희생이 절대적이었다. 에까뽄 코치는 소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명상을 하게 했다. 또 각자 가지고 있던 과자 등을 나눠먹고, 배탈 등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목이 말라도 바닥에 고인물은 먹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반면 자신은 소년들을 위해 음식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 동굴을 가장 늦게 빠져 나온 것도 그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본분을 잃지 않은 에까뽄 코치의 지도력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될 만하다.

태국 네이비실을 비롯해 한달음에 달려온 각 국 구조대의 헌신적인 노력도 단연 돋보였다. 호주에서 온 잠수 전문가인 의사는 아이들이 발견된 이후 아예 함께 지내며 건강을 보살피며 구조 순위를 정하는 등의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영국인 전직 소방대원은 험난한 동굴을 헤치며 실종 아이들을 발견했고, 태국 네이비 실은 목숨을 건 구조활동을 벌였다. 결국 구조를 자원한 전직 대원 1명이 현장에서 숨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천안함 수색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고 한주호가 떠올라 더욱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2010년 칠레에서도 광산 붕괴로 33명이 매몰됐지만 전원 구조된 적이 있다. 이들 역시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질서와 규율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경우와 비슷하다. 인간 존엄의 가치를 거듭 일깨워준 생환 소년들의 기적을 함께 일궈낸 구조대에 거듭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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