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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트럼프, 내겐 너무 ○○한 당신
오늘도 외신 데스크 업무는 ‘트럼프’로 시작한다. 한국 언론 매체에서 외신과 국제뉴스를 다루는 부서라면 대개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 우호적인 폭스 뉴스를 보고 그날 의제를 설정해 ‘모닝 트윗’을 날린다. 이에 따라 세계의 시장과 정치계가 움직이고, 각국 언론이 받아쓰고 취재한다.

17일엔 미러 정상회담에서의 그의 발언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미국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사실상 부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정계의 반응은 충격과 공포로 요약됐다.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쳐온 대통령이 자국 정부기관의 말을 부정하고 적국의 말을 믿다니. 미국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져버린 반역행위라는 공격까지 나올 정도로 미국 내 분위기는 살벌했다.

18일엔 트럼프 관련 소식이 두 가지가 전해졌다. 하나는 트럼프가 전날 발언에 대해 “실언이었다“고 해명했다는 내용. 또 한가지는 대북관계 관련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 프로세스(과정)를 밟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놓았다. 미러 정상회담과 미국 내 반응을 보면서 우려했던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대한 자국 내 악화된 여론의 불똥이 혹시 대북관계로 튀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인내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 어느 한쪽이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경우가 우리로선 최악이다.

이처럼 가히 ‘트럼프쇼’가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쇼’를 전하는 기사는 때에 따라 희비극이 교차하고 호러, 스릴러, 코미디, 멜로, SF, 전쟁, 미스터리, 법정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냥 보면 흥미진진하지만, 우리같은 ‘이해당사자’는 매일의 쇼를 가슴 졸이며 보기가 고단하다.

미러정상회담 후 뉴욕타임스는 “그래도 당신뿐”이라는 분위기의 트럼프 지지자들 반응을 취재해 보도했다. 균열이갈 수도 있지만 여전히‘콘크리트’라는 얘기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만 좇다가 혼돈에 빠진 한국 보수당의 딜레마를 서울발 기사로 실었다. 장르로 치자면 두 편 다 ‘멜로드라마’다.

미국 언론과 지식층은 취임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적대적이었다. 이번에도 미국 언론의 논조로만 보면 당장 대통령이 탄핵이라도 될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 예측이 빗나간 이후 미국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느냐에 대한 회의가 크다. 이런 현상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인지부조화’ 혹은 ‘확증편향’, 그리고 보수든 진보든 한통속인 미국 엘리트들의 ‘가용성편향’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요지는트럼프 지지층은 대통령이 어떤 행태를 보이든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고, 미국 엘리트들은 자기 우물(이해)에 갇혀 상황과 여론을 잘못 판단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두의 트럼프’는 없다. ‘내겐 너무 ○○한 트럼프’만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고단함이란, ‘그들 각자의 트럼프’, 그 어느 하나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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