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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수입車 잇딴 결함 논란…정부·수입차 업체 미온적 태도 아쉬워
23일 오전 12시10분께 인천 남동구 서울 외곽순환도로 장수IC에서 일산 방면으로 주행하던 BMW 520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 A(49) 씨는 다행히 자력으로 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520d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행 중이던 520d에서 불이 난 것이 올해만 벌써 6번째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주행을 마친 뒤 경기도 성남시 수성구의 한 상가 앞에 막 주차한 520d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보다 4일 전인 15일에는 경북 영주시 장수면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 영주간이휴게소에서 520d에 화재가 나 운전자가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7월에만 4건, 5월에만 2건이나 주행 중인 차에 ‘느닷없이’ 불이 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 7월까지 불이 난 520d는 모두 14대로, 한 달에 약 3대 꼴로 불길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는 배기가스 순환장치에 사용된 일부 부품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유사 차종인 320d 역시 화재 위험이 없는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BMW도 국토부의 결론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관계자는 “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조사에 충실히 협조 중”이라며, 국토교통부의 리콜 조치시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입자동차 결함 논란이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상용차에서도 결함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차주 48명이 차량의 변속 불량과 조향 장치 하자 등 잦은 결함으로 신체적ㆍ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 집단 소송에 나선 데 이어 최근 만 트럭 차주 72명도 차량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만트럭 차주들은 벤츠트럭 차주들과 유사한 문제점인 핸들의 조향 장치 하자 및 변속 불량을 비롯해 워터리타더 결함 등을 지적하며 시민들을 대형사고의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보트럭 차주 80여명도 핸들 조향 및 변속 불량 등의 하자를 주장하며 비슷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차량의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에도 조치에 소극적인 관계 당국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520d의 경우 지난해부터 단일 모델에 집중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점 등에 미뤄 부품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는데도 리콜 조치 검토에 대한 얘기만 반복되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화재 뿐 아니라 안전상 여러 문제가 짐작될 수 있었던 만큼 관계 당국은 신속한 실태 조사 및 리콜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올 상반기에만 6000대 이상 판매된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이어서 유사 사고가 더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적잖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미온적인 태도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차량 화재 사고가 계속된 BMW의 경우 그 동안 반복되는 화재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사설 부품 교체’ 등으로 책임을 미뤘다. 수입 상용차 업체들도 차량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된 하자들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자발적 조치 대신 부품 교환 및 수리로 일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무서운 확장세를 감안하면 운전자의 안전을 소홀히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밖에 볼 수 없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같은 대처엔 미국과 같은 ‘징벌적 보상제도’ 없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우리나라의 법제도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법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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