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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근로시간 단축과 옛 기억

  • 기사입력 2018-07-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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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얘기 좀 하련다. 특정 개인을 비판하거나, 원망하고자 쓰는 것은 아니다. 예전엔 누구나 그랬으니 탓할 이유가 없다.

첫 직장은 공기업이었다. 지방사업소였는데 보스(소장을 그렇게 불렀다)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만면에 웃음을 띠다가도 실수 하나 있으면 갑자기 싸늘해지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싸늘한 정도가 아니라, 못살게 굴 정도였다. 그런 보스 밑에서 가장 힘든 것이 퇴근시간이었다. 결재가 끝나지 않으면 퇴근을 못했다. 결재를 위해 다섯번, 여섯번, 일곱번만에라도 사인을 받아야 퇴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직원 뿐만 아니라 부서원 모두가 퇴근시간이 지나도 퇴근을 못했다는 점이다. 괴팍한 보스의 원칙은 그랬다. 공동책임. “한 사람이라도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들 못갑니다. 우리 일은 공동책임이니까요.” 보스는 어쩌다 직원 표정에서 불만의 눈빛이 나오려하면 이렇게 입막음했다.

언론사로 이직했는데, 천국 같았다. 능력껏 일찍 일을 끝내면 일찍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 기자의 일이라는 게 이렇구나”,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좋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주5일제가 도입되기 전의 시절이었다. 월화수목금은 정상근무였고, 토요일은 12시 정도에 끝났다. 그런데 토요일 12시 칼퇴근은 불가능했다. 하늘같이 높으신 분(?)은 매주 토요일 점심 자리를 만들었다.

“일주일 고생했는데 밥은 사고 (집으로) 보내야지.”

그게 논리였다. 점심 하고 가자는 말에 거절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점심 자리에 초대(?)받은 이들의 참석률은 그래서 늘 100% 가까웠다. 거기까지는 참을만 했다. 문제는 그냥 밥만 먹고 가는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반주 삼아 한 두잔 마시는 밥자리, 술자리는 한없이 늘어졌고, 어슴프레한 저녁이 됐을 무렵에야 헤어지기 일쑤였다. 어떤 날은 새벽까지 2차, 3차, 4차까지 자리를 옮기며 마셔댔다. 물론 그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 술이 술을 먹는다고, 젊은 내 몸뚱이 역시 술의 향연을 자연스럽게 즐겼으니 말이다. 다음날은 숙취로 시체놀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또 월요일 출근해 화수목금을 보낸뒤, 다시 파김치가되는 토요일, 일요일을 반복하곤 했다. 물론 이 풍경은 주5일제 근무가 도입된후 금세 사라졌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된지 거의 한달이 돼간다. 제도상 허점도 많지만, 현장에선 무난히 정착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조직도 그렇지만, 귀에 들리는 다른 업종 회사들 역시 큰 잡음없이 돌아가는 분위기다. 지인들 중 퇴근후 뭘 배우고 있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을 보면 저녁이 있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워라밸 문화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다만 해가 중천에 머물고 있는 오후 일찍 퇴근을 하는 것은 아직은 낯설다.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몸에 익은 출퇴근 습성을 하루아침에 허물어뜨리기엔 준비가 덜 된 것일까.

얼마전 실내 자전거 기구를 샀다. 퇴근후 페달을 돌리고 또 돌린다. 며칠째 돌렸다. 어제 페달을 밟으며 이런 생각을했다. “이제 퇴근합시다”라는 상사의 말한마디에 책상을 정리하던 그 시대는 내게 악몽일까, 추억일까.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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