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에스트로겐 등 풍부
퀴노아, 야콘, 브라질너트, 사차인치, 마카…. 한번쯤 들어본 이름도 있고, 낯선 것도 있을 텐데요.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남아메리카에서 나는 슈퍼푸드라는 점입니다. 특히 페루는 각종 슈퍼푸드의 ‘메카’와도 같은 나라입니다. 예로부터 안데스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던 원주민들이 즐겼던 다양한 슈퍼푸드를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페루수입협회에 따르면 페루가 외국으로 수출한 슈퍼푸드는 2016년 기준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9% 정도 성장했습니다. 이미 여러 남미산(産) 슈퍼푸드가 이름을 알렸지만, 여전히 생소한 것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구아헤(Aguaje)’라는 것입니다. 아구아헤는 특히 여성들에게 이로운 작물로 꼽힙니다.
아구아헤? ‘이테야자’라는 야자나무의 열매를 말합니다. 건강상 이점이 높아, 아마존 원주민들은 이테야자를 두고 ‘생명의 나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테야자는 남미 열대의 늪지나 습한 지역에 주로 보이는 나무입니다. 아마존 분지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전역에서도 자랍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이테야자 그리고 그 열매인 아구아헤가 낯선 이름입니다만, 남미에서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자원입니다. 식음료 가공에는 물론이고 건축, 장식 등의 소재로도 쓰입니다.
‘팔방미인’ 아구아헤 식품으로서 아구아헤는 보통 생과일로 소비됩니다. 겉은 거북이 등껍질을 닮았지만, 그 속에는 노란 과육이 숨어있습니다. 아구아헤는 주스로 만들거나 오일, 분말, 캡슐 형태로도 섭취합니다. 남미에서는 잼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 때 이 아구아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아구아헤에서 추출한 오일에는 필수 지방산을 비롯해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등 유익한 성분이 다량 들었습니다. 이들 성분 덕분에 아구아헤는 피부 진정 및 보습, 재생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시판되는 일부 화장품에는 이 아구아헤 오일을 첨가하기도 하지요. 아구아헤에는 또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올레산이 풍부하게 들었습니다. 덕분에 무월경을 비롯한 각종 생리 장애 치료에 쓰입니다. 중년 여성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도 개선하고 일부 질병의 발병 가능성도 낮춥니다. 일종의 ‘천연 호르몬제’인 셈이죠.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