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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이영식 한국영어교육학회장 한남대 교수]수능영어 절대 평가의 문제점
교육부는 2014년 12월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에 의하면 학생간의 상대적 서열을 중시하는 상대평가 체제의 수능 영어시험은 성적향상을 위한 무한경쟁을 초래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는 과잉학습이 유발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았다. 수능 영어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취지는 단순히 높은 수능 점수를 받기위한 학생과 학교현장의 무의미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 활성화 등 학생들의 실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학교 영어교육이 정상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11월에 실시된 수능 영어시험과 그동안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관련된 논의와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현재의 수능영어 절대평가는 본래 교육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가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수능영어 절대평가의 바탕이 되는 이론적인 결함을 들 수 있다. 절대평가는 규준지향 평가(상대평가)가 아닌, 절대기준평가(준거지향 평가)를 지향해야 하며, 사전에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기준을 미리 구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그 기준만을 성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대학입학을 위한 수능영어시험은 수험자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고부담 시험이므로 점수기준이 정확해야 하며, 아주 엄정한 절대기준 등급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준거 또는 표준(즉, 절대 기준)에 대한 규명이 없고, 설정된 기준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니, 결국 수능영어 절대평가의 등급이 막연하게 설정돼 기존의 상대평가 9등급과 다를 바가 없고 단지 상당히 많은 고득점자만 배출한 결과만 초래했다.

항상 대규모 표준화 시험은 그 시험에 대해 주요 이해당사자를 가지고 있는데, 수능영어시험에 대해서는 학생, 교사 및 학부모뿐만 아니라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주요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작년에 절대평가를 실시한 수능영어시험 결과는 주요 이해당사자에게 무의미한 영어시험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쉬운 수능영어시험의 결과가 대학입학 전형자료로서는 합당하지 않으므로, 상당히 많은 대학이 수능 영어시험 성적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타 과목의 수능시험 성적을 우선 고려하게 되고, 아울러 현장 고등학교에서도 영어 과목을 경시하고 다른 과목에 치중하고 있다. 결국 국어와 수학과 같은 타 과목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부축이고, 오히려 사교육 총량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엄정하지 않은 대규모 표준화 시험은 심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사교육을 억제하려고 수능영어시험을 쉽게 출제해 고득점자를 많게 하는 정책이 결국 영어 학력 저하를 초래한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앞선다. 본래의 수능영어 절대평가의 취지가 사교육 억제와 학교영어교육의 정상화였는데, 현재 우리의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는 사교육도 억제하지 못하고 학교 영어교육도 정상화도 못하면서 거꾸로 가는 것이 너무 개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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