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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목적지 불명 ‘BMW 포비아’
세차장에서 신차를 인수해 누수 여부를 확인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신차를 받자마자 정비소에서 엔진을 비롯한 마감 불량 등을 검수했다는 글도 차주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른바 ‘불신의 학습효과’다.

신차가 출시되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엔 다양한 시승기가 쏟아진다. 소비자 중심의 비판이 이뤄지면서 대상 차량은 동급 모델 사이에서 민낯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번 BMW 화재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에 대한 정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오랜 브랜드 역사와 높은 완성도는 오랫동안 수입차의 신뢰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그래서 충격은 컸다. 급기야 심각한 결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BMW 코리아에 대한 대중들의 화살은 차주들을 향했다. 일부 아파트와 상가건물의 주차장 입구엔 BMW 차종의 주차를 불허하는 안내판이 붙었다. 화재 차량을 소유한 일부는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중고 수입차를 판매하는 지인은 최근 BMW를 산 운전자들의 환불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뤄진 정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검토는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직 어느 하나 진전된 구석이 없다. 그간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자동차 결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온 영향이 크다. 해명과 데이터에 집착하며 업체에 잘못을 전가하는 모양새도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전날 이뤄진 BMW 대국민 사과에 대한 반응도 차가웠다.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지만, 하드웨어 결함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대목은 ‘늑장 사과’라는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의 요구에 떠밀려 마련한 기자회견이 되레 비난의 목소리를 키운 셈이다.

목적지는 분명하지만, 경로는 불투명하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민간전문가를 동원해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조사는 10개월이란 긴 시간이 소요된다.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에 대한 분석도 이제 출발선이다. 이마저도 BMW 코리아의 기술적인 협조가 없으면 완벽한 규명조차 힘들다. 화재 요인으로 교집합을 이룬 환경부와의 공조 역시 미정이다.

불확실성에 차주들의 불안감은 크지만, 보호장치는 없다. 현행법상 운행 자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BMW 코리아에 협조를 강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렌터카를 제공하는 대안 역시 동급 차종에 대한 비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강제하기 힘들다.

소비자는 이번에도 스스로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일부 차주들이 BMW 코리아와 딜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데 이어 소송 움직임은 확산될 조짐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BMW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의 가입자는 8000명이 눈앞이다. 누리꾼들은 EGR 외에도 냉각계통의 설계 결함과 환경규제로 인한 매연 저감장치가 원인일 수 있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이번 BMW 사태는 내년 결함 자동차의 교환ㆍ환불을 허용하는 일명 ‘레몬법(자동차관리법)’ 시행에 앞선 일종의 시험대다. 비단 BMW만의 문제도 아니다. 통계가 말해주듯 잠재적인 ‘성냥차’는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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