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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성산소’ 잡는다는 수소수, 정말일까?
[헤럴드경제]몸속 활성산소를 배출해 노화와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는 수소수의 효능을 두고 업계와 학계에서 논란이 최근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 내세우고 있는 수소수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소수 관련 상품은 다양하다. 생수처럼 용기에 담긴 수소수부터 가정에서 수소수를 만들 수 있는 정수기 형태의 수소수 생성기나 휴대할 수 있는 텀블러 형태의 생성기에 이른다. 웰빙 바람을 타고 최근엔 수소수 생성기를 탑재한 냉장고도 출시됐고, 수소수를 활용한 화장품도 팔리고 있다.

수소수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방식이나 물에 직접 수소를 주입하는 방식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일반 물과 달리 수소수에는 수소 분자가 녹아들어 있는데 이것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유해한 활성산소와 결합해 물로 바뀌고, 소변이나 땀, 눈물 등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수소는 매우 가벼운 분자 중 하나로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상온의 대기압에서 물 1ℓ에 녹을 수 있는 수소량은 1.6㎎을 넘을 수 없다.

업체들은 수소수 생성기를 통해 농도가 최대 1,000ppb에 달하는 수소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1,000ppb라는 숫자가 많아 보이지만 ppb는 10억분의 1을 의미하는 단위로 물 1ℓ(1,000g)에 1㎎(0.001g)의 수소가 녹아있다는 얘기다.

하루 물 권고 섭취량인 2ℓ를 모두 수소수로 마신다해도 섭취할 수 있는 수소량은 2㎎에 그치는 셈이다.

수소수에 녹아있는 이렇게 적은 양의 수소를 우리가 다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뚜껑을 열어 수소수가 공기와 접촉하면 물 속 수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온도가 올라가도 수소가 날아간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부 업체가 수소가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열역학 법칙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수소수 섭취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는 수소량은 효능을 바랄 수 없는 극미량”이라며 수소수는 상술이 빚어낸 사이비 과학이라고 일축했다.

수소수를 마셔 미량의 수소가 실제 몸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수소가 온몸의 세포로 침투해 활성산소와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주장은 성립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몸에 들어간 수소가 온몸 구석구석에 도달해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기도 전에 다른 물질과 반응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는 학술지나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수소수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자주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가 일본 학자 오타 시게오가 200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독성 산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항산화물질 수소’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뇌경색을 유도한 쥐에게 수소를 주입했더니 유해한 활성산소가 줄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수소수가 아닌 수소 가스를 직접 쥐의 세포에 주입해 나온 결과로, 수소수 효능의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소수나 수소수 생성기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니라 식품ㆍ공산품이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거나 의약품ㆍ의료기기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나 광고는 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4년 수소수 생성기가 아토피 치료와 소화 촉진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를 거짓ㆍ과대광고로 규정해 적발하기도 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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