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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후가 못된 세자빈들…모진 ‘왕실 시월드’
[사진=jtbc 드라마 ‘인수대비’역 채시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차기 임금 ‘지존’의 부인, 세자빈으로 간택 된다는 것은 한 나라 여성 최고 지위를 예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중전’이 되지 못한 세자빈도 적지 않다.

인수대비라고 불리는 세조의 며느리 청주한씨(의경세자의 빈궁)도 선왕보다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서 왕후가 되지 못했다. 다만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가 시동생에 이어 임금이 된 아들 성종의 즉위 직후 특별조치로 왕후(소혜)와 대비(인수)의 지위를 동시에 얻는 이례적 상황을 맞으며 궁궐로 돌아왔다. 결국엔 손자인 연산군에 봉변을 당한다.

인수대비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편의 사망으로 왕비가 되지 못한 세자빈들은 빈으로 남게된다. 강등 또는 폐빈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왕후가 되지 못한 세자빈은 ▷‘왕자의 난’ 중심에서 희생당한 이성계의 아들 방석의 빈궁 현빈유씨와 현빈 부유심씨 ▷세종의 형 양녕대군의 빈궁 숙빈김씨 ▷문종의 세자시절 빈궁 휘빈 경주김씨와 순빈 하음봉씨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의 빈궁 공회빈 무송윤씨 ▷광해군의 아들로 폐세자된 이지의 빈궁 밀양박씨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 부인 민회빈 금천강씨 등이다.

민회빈 강씨의 경우 참으로 억울한 일을 연쇄적으로 당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던 남편 소현세자가 독살로 의심되는 정황속에 요절한다. 이어 ‘삼전도 굴욕’ 조선 패망의 장본인이자, 자신의 시아버지인 인조의 후궁 조소용의 모함으로 폐서인까지 된다. 훗날 숙종이 자신의 큰할머니인 민회빈을 ‘빈’으로 복권시킨다.

이성계 후궁 소생, 늦둥이로 아버지의 귀염을 받는 바람에 삼촌뻘 형들에게 고초를 당한 이방석은 폐세자되어 쫓겨난뒤 피살당하고 먼훗날 의안대군으로 절반의 복권만 된다. 그의 빈궁 현빈심씨 역시, 흔한 대군의 부인 격, ‘삼한국대부인’으로 하향 조정됐다. 태종의 세자 양녕대군은 폐세자됐고, 빈궁 숙빈김씨 역시 흔한 대군의 부인인 수성부부인으로 격하됐다.

생을 마감할 무렵, 혹은 죽은 뒤에 왕후의 명예를 얻은 세자빈은 ▷예종의 세자시절 빈궁 청주한씨(장순왕후 추존) ▷영조의 아들 효장세자의 부인 현빈 풍양조씨(효순왕후 추존) ▷영조의 아들 장헌세자(장조로 추존)의 빈궁 혜빈 풍산홍씨(혜경궁 홍씨, 경의왕후 추존)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 빈궁 풍양조씨(신정왕후 추존) ▷순종의 세자시절 빈궁 여흥민씨(순명효황후 추존) 등이다.

‘파란만장 조선의 세자빈’이 2018년 국민을 찾는다.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는 오는 9월 5일부터 10월 17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2~4시) 경복궁 집옥재(集玉齋)에서 왕비가 되지 못한 4명의 세자빈의 힘겨웠던 삶을 조명한다.

강좌는 매회 40명이며 14일 오전 10시부터 경복궁관리소 누리집(www.royalpalace.go.kr)에서 참가 신청을 하거나, 매 강좌 시작 30분 전(오후 1시 30분)부터 선착순(10명)으로 현장에서 직접 신청할 수도 있다.

9월 5일엔 신병주 교수의 ‘조선 왕실의 세자빈으로 산다는 것-개론’, 12일엔 이숙인 규장각 연구원의 ‘지식과 권력을 쥔 모후, 소혜왕후(인수대비) 한씨’, 19일엔 이왕무 교수의 ‘소현세자빈 민회빈의 궁중옥사와 신원’, 10월 10일엔 이근호 객원교수의 ‘세자빈에서 국왕의 친모까지, 혜경궁 홍씨’, 17일엔 임혜련 연구교수의 ‘효명세자빈 신정왕후, 대왕대비가 되기까지’ 특강이 이어진다.

혹독한 ‘왕실 시월드’의 정치적 암투속에 그녀들이 어떻게 버텨왔고 희생됐는지, 할머니의 동화 보다 재미있게 전해진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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