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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發 금융대란 공포 악화되고 더 확대될 것”
NYT등 외신 잇단 ‘암울한 전망’
민간부채가 중심…타국과 달라
신흥국·유로존시스템 타격 우려


“터키에서 발생한 공포는 터키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노던 트러스트의 케이티 닉슨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말이다. 터키발(發) 공포가전세계로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리라화 급락사태로 촉발된 터키 금융대란이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확산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외교 갈등이 심화한 시점에 경제구조마저 취약해 뾰족한 대책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국가의 금융위기도 양상이 달라 신흥국·유로존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련기사 13면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달러/리라 환율은 터키 중앙은행이 긴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후 사상 최고 수준인 7.24리라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6리라 후반~7리라 초반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리라화 가치는 40% 이상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 아르헨티나 페소 등 신흥국 통화 가치도 연쇄 폭락ㆍ하락세다. 13일 아시아ㆍ유럽ㆍ신흥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터키의 위기는 미국과의 외교갈등뿐만 아니라 자국의 부적절한 경제정책, 금융여건 악화, 취약한 펀더멘털이 맞물린 결과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최근 미국이 자국 목사 억류문제를 이유로 터키 장관 2명에게 제재를 가하고,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갑절로 올린 것은 터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며 리라화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에 앞서 터키는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 데 필요한 금리 인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져 왔다.

외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속에 터키의 위기가 증폭돼 주변국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의 갈등을 ‘경제 전쟁’으로 보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 동맹을 찾기 위해 러시아, 중국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또 경제적으로는 성장을 이유로 저금리를 고수한다. 터키 수사당국은 환율과 관련한 자국의 소셜미디어 단속과 수사도 강화했다.

NYT는 “터키의 경제 위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지난 2001년 터키 은행위기 이후 발생한 이번 사태로 그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방식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베렌버그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헤세는 CNN 방송에 “시장이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U턴을 할 때까지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터키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에 “시장이 원하는 것은 한층 더 단호한 조치”라며 “터키에 필요한 것은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역대 금융위기와 양상이 일부 다른 점도 우려를 키운다. CNBC는 “일반적인 금융위기는 정부차입과 연관된 반면, 터키는 민간부채와 관련이 있다”며 “구제책도 더 복잡해진다”고 전했다. 터키 기업·금융기관의 외화부채는 약 2200억달러(약 249조원)다. 민간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터키는 지난 2012년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와 달리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며, 유로화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글러스킨 셰프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수년간 터키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주요 차입자였다”며 “차입의 절반 이상은 외화이며, 리라화 가치가 하락할 때 부채상환비용은 물론 부도 위험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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