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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고통스런 ‘작별상봉’ 언제까지 봐야하나?
“움머움머 새끼를 부르는 어미 소의 길고 느릿한 여음 뒤로, 음매음매 어미 소 찾는 송아지의 여린 울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울려 퍼지는 우시장의 오후, 생이별한 어미 소의 연신 껌벅거리는 그 커다란 눈망울에 맺혀 있던 그렁그렁한 눈물방울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수필가 곽흥렬의 ‘우시장의 오후’의 한 대목이다.

몇해 전에도 인용했던 이 글귀가 다시 떠오른 것은 또다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금강산에선 또 한번의 상봉행사가 진행된다. 20~22일에는 남측 93가족이 북측 가족을, 24~26일에는 북측 88가족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형식이다. 2박3일간 일정이지만 실제 가족 간 만남은 첫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둘째 날 개별상봉, 공동중식, 야외상봉 또는 실내상봉, 그리고 마지막 날 작별상봉 등 6차례에 걸친 11시간 내지 1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70여년을 헤어져 살아온 가족의 한을 씻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영원한 이별이 될 수도 있는 마지막 작별상봉은 가족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사람도 힘든 일이다.

지난 몇 차례 상봉행사 취재 경험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가족은 첫날엔 70여년의 세월의 더께 탓인지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고향과 어린 시절 기억을 서로 더듬어 이내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웃음이라고 할 수도 없고 울음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복합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을 일시에 터뜨리곤 한다. 둘째 날은 취재하는 입장에서 가장 감정소모가 적고 수월한 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느냐, 다른 형제ㆍ친척은 어떻게 됐느냐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픔도 느끼지만, 대개의 경우 눈앞의 혈육과 만남의 기쁨을 더 크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작별상봉을 지켜보기란 고통스럽다. ‘작별’과 ‘상봉’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아이러니한 조합인 작별상봉은 말 그대로 헤어지기 위한 만남이다. 이틀간 혈육의 정을 되찾은 가족은 작별상봉 이후 예고된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오 다시 만나요. 목 메여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라는 북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곧 상봉이 끝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상봉장 전체가 통곡으로 그득 찬다. 고통은 상봉장 밖에서 버스에 먼저 탄 가족을 찾기 위해 남은 가족이 차창 밖에서 오열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이때만큼은 남북의 모든 취재진과 관계자는 물론 행사 내내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던 북한의 보장성원(지원인력)들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불경스럽게도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생각하면서 우시장을 떠올린 것은 몇해 전 작별상봉 때 “우시장의 말 못하는 짐승도 이렇게 하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린 한 이산가족의 말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산가족과 관련해 더욱 고통스런 통계치를 갖고 있다. 198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우리 국민은 13만260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7만5741명, 생존자는 5만6862명이다. 지난달에만 316명이 헤어진 가족을 잠깐이라도 만나겠다는 희망을 이루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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