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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원에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비치’ 놓고 한의협-의협 날선 대립
의료시술 관련 자료사진. [헤럴드경제DB]

-봉침 사용서 시작된 논쟁 확산 조짐
-“안전성 우려” vs “의학계 독점지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가 한의학계의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을 놓고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의학계는 ‘국민의 생명권’을 위해 일선 한의원에서도 전문의약품 응급키트을 보유하고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학계는 ‘위험성’을 문제삼으며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전국 한의원에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비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의사협회가 제동을 걸었다. 한의사가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사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안전이 중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의사만 취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한의학계와 의학계 모두 ‘국민의 안전’이라는 명목아래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응급키트의 대표적인 약물은 ‘에피네프린’이다. 치료 과정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양측은 봉침의 사용을 놓고서 대립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 한의원에서 교사가 봉침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한의학계는 기존까지 불가능했던 한의원 응급키트 보유를 주장했고 의학계가 제동을 건 것이다. 한의학계는 응급키트 배치가 봉침 시술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의학계는 애초에 봉침 사용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봉침이) 약으로 분류되려면 철저한 성분 조사가 선행되고, 식약처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약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런 제재가 없고, 몸속에 (봉침을) 투여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벌독을 정제하여 인체의 경혈에 투여하는 약침술의 일종인 봉침은 각종 통증과 염증질환 및 면역질환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게 연구결과로 검증됐다”면서 “양의사들도 봉침의 일종인 ‘아피톡신’을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양측의 주장은 더욱 근본적인 차원으로 전개됐다. 의사협회 측은 한의학계가 애초에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사용한다고 주장했고, 한의사협회는 여기에 반발하며 위급상황시 전문의약품 사용에 제한적인 한국 의료계의 상황을 지적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현대의학은 과학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한의학은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많은 약들이 효능을 검증받은 제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의사협회 측은 “임상을 거칠 수 있는 제품들은 이미 다 마치고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람의 체질에 맞춰 조제되는 일부 첩제를 놓고서 이같은 문제를 삼는 것은 잘못된 비판이다”라며 “서구에서는 응급구조사들도 응급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의사가 독점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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