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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한폭탄, 나고야의정서 ①] 시행 하루 앞인데…“정부 가이드라인 조차 없다”
나고야의정서 시행이 하루 앞인데도 정부는 적절한 대응방안 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이 되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로열티를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유전자원 활용시 이익나면 제공국에 로열티 지급
-나고야의정서 적용 대상 국내 의약품 33.8% ‘최다’
-제약업계 “피해액 산정 불가인데 정부는 뒷짐만”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이제 시행이 코 앞인데 정부에서 나온 가이드라인 조차 없는 상황이에요. 국가간 협약이다보니 기업 개별로 대책을 세울 수도 없고…. 지금은 정부 가이드라인이 언제 나올지 쳐다만 보고 있죠.”

제약업계에 폭탄이 될 수도 있는 ‘나고야의정서’ 시행(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가이드라인도 안내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고야의정서가 국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는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로 인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으로 18일부터 본격 시행 대상국이 된다. 나고야의정서란 유전자원을 가지고 의약품 또는 화장품 등 제품 연구개발과 상품화를 통해 이익을 낼 경우 유전자원 이용자가 유전자원 제공자(기업, 기관, 국가)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국제 협약이다.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가 채택돼 나고야의정서로 이름이 붙었다. 2014년 평창 총회에서 발효된 이후 현재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은 108개국에 이른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 23개국이 포함돼 있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업종은 제약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 적용 대상 국내 기업 업종별 구성은 의약품이 33.8%로 가장 컸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이 22.8%, 식품이 13.2%, 화장품이 9.6% 등으로 나타났다.

나고야의정서 파급 효과는 대단하다. 내내 제약사들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해 이익이 나게 되면 이 이익금 중 일부를 유전자원을 제공한 국가에 로열티 형식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의약품(생약, 한약 등)이 주대상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자원을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천연물의약품으로는 동아에스티 위염치료제 ‘스티렌’,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 GC녹십자 골관절염치료제 ‘신바로’, SK케미칼 ‘조인스정’,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등이 있다.

또 동아에스티의 신경병증치료제나 일동제약의 치매치료제 등 개발 중인 천연물의약품도 적지 않다. 여기에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의 원료로도 해외 유전자원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고야의정서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면 기업들은 유전자원을 제공한 외국(기관)에 이익금의 일부를 내놔야만 한다.

실제 국내에 들여오는 유전자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최근 로열티 비중을 0.5~10% 수준으로 정하겠다는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인도는 1~3%, 브라질은 1% 수준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입법안이 확정 전이지만 로열티 비중이 최대 10%라면 업체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시행이 되는건 확실한데 만약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이익 공유 비율을 3%로 가정할 경우 추산한 제약바이오업계의 부담액은 연 600억~700억원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따른 어떤 가이드라인이나 대비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가 제약기업에게 나고야의정서 시행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환경부는 시행에 맞춰 온라인통합신고시스템을 오픈한다는 계획 정도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 협약이다보니 정부 가이드라인 없이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뭐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우선 정부가 빨리 나서 액션을 해줘야 우리도 방향성을 잡고 준비를 할텐데 그것조차 되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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