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트럼프는 왜 터키 때리나…“중간선거서 복음주의자 지지표 위해”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FT “복음주의 기독교계 美인구의 4분의 1”
므누신 “목사 즉각 석방, 아니면 제재”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에너지 수입 ‘비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각종 관세·제재 조치를 동원하며 ‘미국인 목사 석방’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이런 상황에 ‘강대강’으로 맞선 터키는 리라화 폭락사태에 이어 에너지 수입위기도 맞닥뜨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인 목사 석방문제를 둘러싼 미국·터키의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터키에서 가택연금 상태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터키 장관 2명을 제재한 데 이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했다. 터키 리라화는 그 충격에 폭락사태를 맞은 후 보복관세로 맞섰다.

양국 갈등의 중심에 있는 앤드루 브런슨 목사는 지난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왔다. 지난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로 구속됐으며, 최근 가택연금에 처한 상황이다. 미국이 동맹국이었던 터키에 가차없이 제재·관세 ‘연타’를 날리며 ‘브런슨 구하기’에 나선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런슨 목사는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미 복음주의 자문위원회 회원인 조니 무어는 FT에 “미 전역 교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브런슨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미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런슨 목사 석방은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과제’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터키 제재를 앞두고 브런슨 목사를 “위대한 기독교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또 복음주의 기독교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하다. 많은 분석가들은 2016년 대선 당시 이들이 ‘자유주의적인 부동산계 거물’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참패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 중 80%는 트럼프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터키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터키 장관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며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즉각 석방하지 않는다면가 제재를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전날 터키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터키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더라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터키는 미국의 제재·관세에 따른 리라화 폭락 사태로 에너지 수입에서도 위기에 빠졌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석유, 천연가스 등을 수입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석유거래업자 사이에서 올 들어 유가가 6% 올랐다면, 터키 구매자에게는 60% 이상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연료 수입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돼 경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y2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