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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상봉]“오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는데…너무 늦었지”
[사진공동취재단]

-“일주일 생각하고 왔는데, 68년이 됐어”
-南 101세 최고령자, 며느리ㆍ손녀 상봉

[헤럴드경제=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오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70여년을 헤어져 살아온 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사연들도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정학순(女ㆍ81) 할머니는 6ㆍ25전쟁 때 헤어진 오빠를 만나길 희망했지만 이번에 생사확인 결과 이미 사망한 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아들어야만 했다.

정 할머니는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었다”며 “오빠 사진이 있었는데 피난길에 고향집에 두고 온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한탄했다.

6ㆍ25전쟁 발발 즈음 강원도 철원 인근에 살고 있었는데, 오빠가 의용군으로 징집됐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것을 끝으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정 할머니는 “오빠랑 14살 때까지 같이 자랐던 만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부지런하고 웃음이 많았던 오빠였는데, 전쟁 끝나고 가족들을 찾아 혼자 빈집으로 돌아갔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상봉행사 때 올케와 조카를 만날 예정인 정 할머니는 오빠가 가족도 없이 외롭게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 지가 가장 궁금하다.

김광호(80) 할아버지는 남동생(78)을 만난다. 함경북도 명천군이 고향인 김 할아버지는 부모님과 7남매가 함께 살았는데 1950년 흥남철수 때 가족이 따로 피난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완전히 피신하려면 전 가족이 움직여야하는데 그때 일주일이면 다시 원상복귀된다고 했다”며 “일주일만 잠시 옮겼다가 바로 복귀하는 걸로 얘기가 됐기 때문에 굳이 여자, 노약자, 애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했는데…일주일을 생각하고 왔는데 한해두해 가다보니 68년이 됐다. 속상하죠”

김 할아버지는 “같이 내려온 형님들이 다 60대에 돌아가셨는데 나는 다행히 지금 살아있지만 동생이 살아있을 기대를 사실 많이 못했다”면서 “걔도 80에 가까워오는 나이인데 그렇게 오래 살아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많죠. 그 나이까지 살아준 게 참 고맙다”며 동생과의 해후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20~22일 진행될 상봉행사에 참여할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날 예정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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