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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평·5평이 한 아파트에…비열한 공존의 ‘허상’
일상의 위선과 거짓, 자본주의의 그늘을 실험적 형식을 통해 독하게 드러내온 김사과가 더욱 구조화돼가는 사회적 악의 허울을 또 한번 벗겨냈다.

소설 ‘천국에서’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N.E.W.’는 새로운 신세계를 표방한 자본의 변신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오손그룹의 정대철 회장의 후계자 정지용과 학벌과 미모에 집안 좋은 최영주의 혼인으로 시작된다. 신혼집은 정 회장이 야심적으로 설계한 서울 근교의 L시의 스마트아파트 메종드레브. 아파트 구석구석을 비추는 999대의 CCTV와 첨단시스템으로 통제되는 이 아파트는 다양한 계층을 섞어 균형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 회장의 의도대로 설계됐다. 메종드레브의 200평 펜트하 우스에 사는 정지용은 어느날 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리는 바람에 5평 원룸에 사는 인터넷BJ 이하나를 목격,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이를 수상히 여긴 최영주는 감시망을 넓혀간다.

드라마의 치정극과 같은 이런 설정과 전개는 전투씬이라는 막장으로 치닫는 대신 각 인물이 이를 이용해 더욱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세련된 방식으로 나아간다.

정지용은 하는 일 없이 건들거리며 소일하지만 대중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맞춰 ‘천재사업가’란 타이틀을 얻은 정 회장을 우습게 보며 허를 찌른다. 결혼 전엔 지적이고 재기발랄했던 최영주 역시 돈의 세계 속에서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탈각, 대중의 시선을 에너지 삼아 변신을 시작한다.

제목 뉴, ‘N.E.W’는 흥미롭다. 소설에서 이 말은 정 회장이 현대세상은 신경학(neurology), 전기(electrocity), 제2차세계대전(World War2)이 결정했다고 하는 대목에서 나오지만 ‘새롭다’는 의미의 뉴는 정대철이나 정지용이 인간 중심의 미래 세상을 얘기할 때 거듭 튀어나온다. 비인간적인 행위를 일삼는 이들이 외치는 ‘뉴’의 허상을 작가는 집요하게 드러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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