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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보다 무서운 전기료’…고지서 받아들고 ‘뜨거운 한숨’
에어컨 가동 없이 숙면 불가능
작년 여름보다 月100kWh 더 써
누진제 완화에도 10만원 ‘훌쩍’
요금걱정에 ‘쓰지 못하는 냉방기’
전기료관련 청원 4300여건 달해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41ㆍ여) 씨는 요 며칠 부쩍 오른 전기 사용량 탓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400kWh를 훌쩍 넘긴 전기 사용량이 이달 초 500kWh까지 넘으려 하자 김 씨는 고민에 빠졌다. 한시적으로 완화된 누진제 구간마저 넘어서면 전기요금이 1~2만원까지 오를 수 있는데, 집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기료만큼이나 아이 걱정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그는 4살 아이가 더위 탓에 건강까지 해칠까 밤에도 에어컨 사용을 안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검침일을 이틀 남기고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해보니 사용량이 500kWh를 넘어섰다”며 “이번 달에는 아예 전기료 걱정은 제쳐놓고 에어컨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록적 폭염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기 누진제를 완화하며 우려하던 ‘전기료 폭탄’은 비켜갔지만, 고지서를 받아든 가정의 한숨은 여전하다. 특히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다음 달 전기요금에 대한 불안은 더 커졌다.

17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도시 거주 4인 가구의 사용량은 한 달에 350kWh 정도다. 이를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약 5만5080원이다. 그러나 최근 폭염 탓에 가정에서 받아든 요금 고지서 상황은 평소와는 크게 다르다.

최근 스마트미터(AMI)가 설치된 전국 32개 아파트단지, 2만3000여가구의 전기사용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이들 가구가 사용한 전기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93kWh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마다 평년 여름보다 100kWh 정도를 올해 더 쓴 셈이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며 전기료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 1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ㆍ4인 가족 110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의 7월 평균 전기요금은 12만3600원으로 집계됐다. 7월분 고지서에 반영되는 실사용기간이 지난 6월부터 7월 폭염 직전까지였던 만큼 다음 달 고지액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46ㆍ여) 씨는 몇 달 전 설치한 소형 태양열 패널 덕분에 겨우 누진구간을 피했다. 이달 전기 사용량이 470kWh로 예상보다 전기료를 3만원 가까이 절약했다. 박 씨는 “누진제가 완화되지 않았거나 태양열 패널을 달지 않았더라면 이번 전기료 탓에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라며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밤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없어 당분간 계속 걱정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이어지는 열대야 탓에 전기료 사용량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만 연속 27일째 열대야를 기록하며 지난 1994년 기록을 넘어서는 등 에어컨 없이는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열대야 탓에 밤새 에어컨을 사용하다 보니 전기료 부담이 더 가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도 하루 평균 냉방기구 가동시간은 10.9시간으로 응답자의 65%가 “열대야 탓에 밤에도 에어컨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전기료 폭탄은 피했지만,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이달까지 지정된 검침일이 폭염이 절정을 맞은 기간과 겹치며 전기료가 폭증한 가구가 많은데다 전기료 누진제 자체에 대한 불만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전기료 관련 청원만 4300여 건에 달하고 이중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은 절반에 달하는 2010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 불만이 이어지자 한전은 이달 24일까지 관련 약관을 개정해 전기 소비자들이 직접 검침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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