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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개편 스타트]기금운용발전위 “재벌 경영승계 인수합병, 적극적으로 제동 나서야”
복지부 연금정책국 조직ㆍ인력 확대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등 제안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 주식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재벌기업의 경영승계를 위한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4차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내용의 의결권 행사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현재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외이사제도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주주를 위해 기업의 자산과 이익을 유용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이른바 ‘터널링’(Tunneling) 행위는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터널링이란 회사의 지하에 터널을 뚫어 회사 재산을 빼돌린다는 학술용어다. 기업의 자원과 이익을 내부거래를 이용해 오너 등 지배 집단이 전용, 도용,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터널링을 통한 사적 편취 행위는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사업 혹은 거래 기회를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로 이전시켜 계열사의 주주들에게 귀속돼야 할 이득이 총수 일가의 사익으로 돌려지기 때문이다. 터널링에는 총수 일가 소유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 외에도 총수 일가에 대한 계열사의 과도한 배당 등도 포함된다. 횡령, 배임, 대출 보증 등도 해당된다.

즉, 재벌기업의 3, 4세로 상속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상속절차를 마무리하고자 동일인이 지배하는 계열회사 간 인수·합병·분할 등을 활용하는 경향이 발생해 단기간에 막대한 규모의 부(富)가 소수 주주로부터 지배주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상당한 주식을 보유한 회사 간에 이런 인수·합병·분할이 이뤄지고 있어 만약 국민연금이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인수합병과 관련해 잘못된 선택을 하면, 삼성 합병에 찬성해 국민불신을 자초한 것과 같은 신뢰도 추락 사태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신뢰 유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수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의 경우 의결권행사지침 세부기준을 구체화하고, 불공정한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폭넓은 주주권 행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달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임원의 선임·해임 관련 주주제안 등의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하도록 했다. 배제했던 위임장 대결의 경우, 불공정한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조기 도입하는 등 깊이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 지배하는 계열회사 간 불공정한 인수·합병·분할과 관련, 법망을 피해가는 새로운 기법이 속속 개발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있는 만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환경(E)과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등 사회책임투자(ESG)를 강화해 ‘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이른바 주주관여 전략을 적절히 펼쳐 수익률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안했다.

또 기금운용 전문인력의 이탈을 막고자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현행 성과보상체계를 개편해 음(-)의 초과성과와 더불어 절대 성과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근무와 생활여건이 열악해진 상황을 고려해 국회·금융기관, 투자대상회사, 외국 운용사 등 서울에 있거나 서울을 방문한 관계기관과 회의가 잦은 부서와 운영인력의 업무 생산성 제고를 위해 서울사무소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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