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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상봉] “두살 때 헤어진 아들에게 술 좋아하냐 물어봐야죠”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상봉이 20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상봉행사 참가자들이 20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금강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춘자야, 어머니 보내고 어떻게 살았니”
-1회차 상봉자 7시35분께 금강산 출발

[헤럴드경제=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물어봐야지, 하하하”

이기순(91) 할아버지는 두 살 때 북측에 남겨두고 온 아들 리강선(75) 씨를 만날 생각에 설레기만하다.

20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나서는 이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장 먼저 어떤 말을 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요새도 하루에 소주 한병 반씩 반주로 거뜬히 드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헤어진 세월이 70여년에 이르다보니 ‘혹시나’하는 불안감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다.

이 할아버지는 “직접 만나기 전에는 모르지…”라면서 “내 아들이 맞는다면 여러 말 안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어”라며 아들에게 황해도 옹진군 한 동네에서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이 모여 살았던 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1ㆍ4후퇴 때 형과 함께 월남한 이 할아버지는 이번에 북측의 아들과 손녀 리순금(38) 씨를 만날 예정이다.

김춘식(80) 할아버지는 막내 동생 김춘영(64) 씨와 함께 북측의 여동생 김춘실(77), 김춘녀(71) 할머니를 만난다.

김 할아버지는 6ㆍ25전쟁 중 고향인 황해도 옹진에서 조부모님과 어린 여동생을 남겨둔 채 “한달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부모님과 함께 내려왔지만 어느덧 70여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김 할아버지는 동생을 만나면 “춘자야, 어머니 아버지 다 보내고 어떻게 살았어. 고생 많았지”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북측의 형수 정공주(81) 할머니와 조카 김학수(56) 씨와 상봉하는 김종삼(79) 할아버지는 숙제가 생겼다.

목수였던 김 할아버지는 몇 년 전 개성공단에서 북한 인부들과 일을 했는데, 북한 인부들 가운데 이번에 만날 조카와 이름이 같고 연배도 비슷한 인물이 있어 동일인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에서 살다 월남한 김 할아버지는 형 김종태(81) 할아버지와 함께 이번에 금강산을 찾았다.

한편 전날 속초 한화리조트에 집결한 남측 89명의 이산가족은 이날 오전 아침식사 뒤 8시35분께 조명균 통일장관 등의 환송을 받으며 27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이들은 22일까지 금강산에서 2박3일간 흩어져 살아온 가족을 만나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짧은 상봉을 갖는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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