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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참여재판 도입 10년…국민들 외면 ‘시행률 1%대’

참여범위 확대에도 年200여건만 진행
피고인 10명 중 6명은 존재조차 몰라
배심원 출석률 32.7%…참여도 저조
“형량에 불이익 우려” 피고인 30%기피
인식 부족·신청주의 한계 등 과제로


국민참여재판이 올해로 도입 만 10년을 맞았다. 일반 시민이 유ㆍ무죄나 양형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재판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1월부터 시행됐다. 최근에는 ‘재판거래 의혹’에서 드러난 재판외압과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시행율이 1%대에 그치는 등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인식부족과 신청주의 한계, 심리시간 부족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상 사건 중 1.6%에 그쳐=20일 대법원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2008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0년간 이뤄진 국민참여재판은 총 2267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상 사건 14만3807건의 1.6%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도별 실시율은 2011년 4.3%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1%대에 머물고 있다. 대상 사건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법 개정을 통해 2012년부터 ­살인이나 강간치사 등 중범죄 사건뿐만 아니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 등에 해당하는 모든 형사합의 사건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건 수는 매년 200건~300건에 그칠 뿐 더 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안착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인식 부족, 신청주의 한계 등이 꼽힌다. 지난해 한국형사법학회가 실시한 ‘국민참여재판 인식조사’ 결과 피고인 10명 중 6명(62.4%)이 국민참여재판을 몰라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소극적인 변호인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변호인과의 접견과정에서 참여재판 신청을 권유받았다는 피고인은 7.7%에 불과했다. 이 밖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경우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는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 피고인도 30%에 달했다.

피고인이 신청해야만 열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판부 직권 또는 검찰 측 신청으로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미국, 영국 등은 일정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범죄 사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심재판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 평결ㆍ판결 93% 일치=지난해까지 진행된 국민참여재판 2267건 중 2112건(93.1%)에서 배심원들의 평결과 판사의 판결이 일치했다. 불일치한 사건 155건 가운데 항소심에서 유ㆍ무죄 판단이 바뀐 사례는 9건뿐이었다. 하지만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일반 재판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국민참여재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비율은 81.0%로, 1심 형사합의사건 항소율(61.5%)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다만 높은 항소율에 비해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제2심에서 깨지는 사례는 일반 재판보다 적었다. 국민참여재판의 항소심 판결 1747건 중 제1심 결과가 파기된 건수는 28.4%(497건)에 그쳤다. 이는 일반 형사 항소심 판결의 제1심 파기율 40.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현 배심원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가질 뿐 강제성이 없다. 영미권처럼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따르도록 하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배심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 평결의 신뢰성 제고가 필요한 일이다. 재판 일수를 늘려 사건을 충분히 심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실시된 국민참여재판 중 90.2%가 하루 만에 심리를 종결했다. 이틀 이상 심리를 한 경우는 9.8%에 불과했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 10년간 배심원의 평균 출석률은 32.7%로 저조했다. 송달 불능과 출석 취소 통지를 한 경우를 제외한 실질 출석률도 50%대에 그쳤다. 생업을 미룬 채 재판에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민사재판에도 도입될까…활성화 대책은?=사법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국민참여재판이 사법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재판에도 적용하라고 건의했다. 지난 10년간 국민참여재판이 형사사건에만 적용됐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국민참여재판을 지방법원 지원으로 확대하고, 전원일치 무죄 평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 밖에 고의에 의한 살인범죄 등 중범죄를 필수적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으로 지정해 신청주의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경수 기자/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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