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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사과·황금빛 억새·푸른 폭포…‘3色 밀양’을 만나다

  • 기사입력 2018-08-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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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밀양 재약산 사자평 억새
뜨거운 태양에 얼음골 냉기 머금은 사과
사자평 오르면 국내 최대 억새 바다 ‘일렁’
표충사 남쪽 흑룡·층층폭포 우렁찬 낙수

영화 ‘밀양’ 칸 여우주연상 전도연 거리
1.8㎞나 이어진 국내 최장 케이블카 ‘압권’
1000m 고봉 10개 우뚝 ‘영남의 알프스’

밀양 사과와 대추는 유난히도 붉다.

국내 어느 곳 보다 조밀(密)하게 내리쬐는 태양(陽)을 맞다가 영남알프스 자락 ‘얼음골’ 같은 냉기를 번갈아 흡입하기에, 낮에 쟁여놓은 영양분은 밤에 고도로 응축된다. 밀양의 붉은 대추와 사과는 풍요로운 생태와 식생의 상징이다. 밀양의 풍요는 문화감성의 분출로 이어지더니, ‘엄동설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라’는 밀양 여인의 ‘과도한’ 순정에 까지 이른다.

삼한의 3대 누각(부벽루, 촉석루) 중 하나인 영남루 앞을 휘감아 돌던 밀양강이 낙동강과 합쳐지는 밀양시는 드넓은 평야, 풍부한 물을 품고, 백두대간과 꽤 떨어진 곳임에도 해발 1000~1240m 고봉 10개 가량이 불쑥 솟아 호위하는 곳이다.

인류가 이곳에 터 잡아 살기 시작한 것이 2만년이나 된다는 사실은 출토된 구석기유물 7000여점이 말해준다. 기원전 2세기 밀양을 중심으로 ‘미리미동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됐다.

여유와 풍요는 사상, 예술 등 정신문화와 호국의 리더를 키워낸다. 조선 사상의 중심 김종직, 구국의 승병장 사명대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닮은 영화 ‘암살’에 등장하는 김원봉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굳세어라 금순아’ 등 3000여곡을 만든 박시춘 등이 밀양에서 나고 자랐다.

▶최대 억새, 최대 고산습지=8월 중하순으로 치닫는 요즘, 밀양의 매력은 단연, 재약산 사자평, 얼음골, 호박소 등을 껴안은 영남알프스이다. 여러 지자체가 관할 하지만 영남알프스의 가장 크고 다채로운 면모를 밀양이 품고 있다.

밀양시 북동쪽엔 중ㆍ서부의 평야지대와는 사뭇 다른 고봉들이 즐비하다. 단장천과 나란히 달리는 지방도를 따라 표충사에 이르면, 분홍색 배롱나무 아래에서 투호를 하는 젊은 연인들이 심심찮게 발견될 정도로 중생들이 놀기 편하게 해놓았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뒤 흥덕왕이 밀양에서 왕자의 병을 완치시킨 것을 고마워하며 왕사로 격상시키는 등 시대를 달리하며 의미와 기능, 이름을 바꿨다가,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를 모시는 사당으로 오늘에 이른다. 밀양 서쪽 무안면 사명대사 유적지 인근의 표충비는 나라에 일이 생기면 스스로 땀을 흘린다. 스페인 세비야, 미국 세크라멘토의 눈물 흘리는 성모상 비슷한 현상이다.

표충사 남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의 우렁찬 낙수를 접하면서 상쾌함을 만끽한다. 이건 약과다. 8부 능선 올라 탁 트이는 평원인 사자평을 만나면 그간 쌓인 체증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이 평원에 살던 화전민들이 평지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이 곳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억새 바다로 변했다.

변화무쌍한 지질현상은 아래로 흘러 마땅한 물을 고지대에 가둬놓는데, 사자평 고산습지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걸 보면, 영남 알프스를 생성한 6500만년~2억5000만년전 중생대에, 이곳엔 엄청난 요동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밀양시는 희귀 동ㆍ식물이 서식하는 사자평 습지 보존을 위해 데크도 설치하고 자연교육장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호박소
▶최장 케이블카와 폭포백화점
=늦여름 트레킹도 땀이 나기 마련인데, 재약산 북쪽 중턱 시례 빙곡 즉 ‘얼음골’ 입구에 이르면 정상 근처까지 500m가량의 V자 골에 자연 에어컨이 늘 가동된다. 얼음골은 계절을 역행한다. 땀흘리는 표충비와 종소리 나는 돌, 만어사 계곡의 경석과 함께 밀양의 3대 신비 중 하나이다.

3대신비 얼음골 결빙
3월 초순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8월 하순까지 녹지 않는다. 오는 23일 처서 무렵에야 바위틈새 냉기가 줄어든다. 올해는 폭염이라서 얼음이 더 얼었는데, ▷제주, 울릉, 주왕산, 치악산의 ‘풍혈’과 동일한 원리라는 것이 다수설이고, ▷영남알프스 지하수의 기화 과정에서 생긴 냉기 ▷겨울 돌밭에 축적된 냉기가 외부 고온에 방출된다는 설 등도 신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공부하고 떠나면 여행의 기쁨을 배가된다.

이곳에 왔으면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구연마을에서 진참골 계곡 까지 1.8㎞나 이어진 국내 최장 케이블카이다. 그 긴 구간에서 영남알프스의 절경을 한꺼번에 감상한다. 1000m가 넘는 10개 가량의 큰 봉우리, 해발 800m안팎의 중간 봉우리 군단이 한꺼번에 보이고,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의 장관이 양탄자 처럼 발 아래 펼쳐진다. 능선의 상부 승강장에서 사자평까지는 왕복 3시간.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하늘정원’ ‘하늘억새길’ 능선엔 전망대를 만들어 케이블카로 보던 영남알프스 입체동영상을 스틸사진 처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가까이는 밀양-울주-청도가 공유하는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해발 1240m)과 능동산, 백운산, 운문산, 억산이, 멀리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도 보인다.

가지산의 밀양쪽 산자락이 품은 구만계곡은 경남 3대 계곡 중 하나이다. 구만계곡은 지리산의 이름난 계곡들과 영남 최고를 다툰다. 통처럼 생긴 바위협곡이 8㎞에 달해 통수골로 불린다. 양쪽에 암벽이 솟대처럼 솟아 있고 곳곳에 폭포수가 저 마다의 방식으로 굉음을 울리는 폭포 백화점이다. 기암괴석들이 계곡의 청정 옥수를 호위한다.

밀양 트윈터널
▶영남루와 트윈타워
=조선 8도 3대 누각중 하나인 영남루는 몇번 갔어도 빼고 떠나면 허전하다. 영남루는 흔한 돌 절벽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고 밀양사람들은 주장한다. 나무 백일홍 등 여러 종의 꽃들이 만발해 꽃방석 위에 앉았다는 것이다. 영남루는 밀양아리랑길 1코스의 중요한 거점이다. 폭염도 한 풀 꺾였으니 밀양 읍성에서 시작해 박시춘 생가, 밀양관아, 재래시장을 거쳐 영남루에 이르는 6.2㎞를 걸어볼 만 하겠다. 낮에 4분의3 바퀴 만 돌고 전통시장에서 놀다가 밤에 밀양교에 서서 영남루 야경을 보는 것도 일석이조 지혜로운 선택이겠다.

밀양 영남루 야경
북동쪽이 생태와 역사문화의 산실이라면 남동쪽 삼랑진엔 흥미로운 가족 놀거리가 새로 생겼다. 경부선 복선 폐 쌍굴을 엔터테인먼트 LED 산책굴로 만든 트윈터널이다. 2004년 경부선 KTX 개통으로 폐터널이 된 이후, 100년이 넘은 이 터널은 지난해 빛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사시사철 평균기온 17~20도를 유지하기에 얼음골 만큼이나 시원하다. 상행선은 자연동굴과 인공은 섞은 곳이라 자연동굴 분위기도 난다.

형형색색의 1억개 전구가 환상적인 분위기와 다양한 형상을 만들었다. 457m 오른쪽 터널로 들어갔다가 443m 왼쪽 터널로 나온다. 밀양 출신 김청기 동양화가가 ‘로못태권V’ 탄생 40주년을 맞아 근사한 동양화에 로봇이 등장하는 ’엉뚱산수‘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밀양의 엉뚱한 창의성을 엿본다. 그곳을 지나자 마자 사과 수제맥주와 아이스크림, 커피를 파는 가게도 나온다. 점잖은 밀양 양반들이 별 걸 다 한다.

주민들은 같은 글자(密)라도 뜻풀이가 다른 영화 ‘밀양(Secret Sunshine)’을 내 것으로 만든 다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과 파트너 송강호를 밀양사람으로 만들었다. 시청앞, 밀양역앞 거리에 각각 두 배우의 이름 붙였다. 자족감에서 벗어나 세상과 폭넓게 호흡하려는 최근 행보는 밀양의 ‘미스터 션샤인’ 김원봉 처럼 당차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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