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통계의 정책 독립 필요성 각인시킨 통계청장 경질
정부의 통계청장 전격 경질은 시점으로 보나, 새 청장의 면면으로 보나 온갖 구설을 자초하고 있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근 10년간 소득불평등과 그 대응방안 연구에 주로 매진한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통계와 무관한 강 신임청장의 전력은 시비거리가 아니다. 그동안 통계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관료나 교수들이 통계청장에 임명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1분기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된 통계가 나오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는 김동연 부총리와 이에 반대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대립할 당시 청와대 지시를 받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대통령 발언의 근거를 마련해준 인물이다.

문제는 그 근거가 관련 통계의 새로운 해석이나 보완을 통해 논리를 제공한게 아니라 소득 감소가 훨씬 심각한 실직자ㆍ자영업자군을 제외한 수치로 통계 왜곡이란 비난을 받았었다는 점이다.

강 청장 기용을 두고 더욱 정밀한 소득 관련 통계의 구축에 대한 기대보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할 ‘맞춤형’ 통계 생산의 주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물러난 황 청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로부터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취임했다. 게다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였다. 그런 그가 남들 다 2년씩하는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1년 갓 넘긴 시점에 퇴진했다.

청와대는 아니라지만 지난 5월 “소득 계층 간 분배가 악화됐다”는 1분기 가계소득 동향이 발표된 뒤 “조사 표본 가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60대 이상 저소득층 가구가 전보다 증가했다”는 사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비판 여론을 키웠다는 비난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통계청의 정치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은 각종 통계 지표를 조사ㆍ발표할 뿐 정책을 구상하거나 시행하는 곳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금반지를 조사 품목에서 제외하고 입맛에 맞는 물가 통계를 만들었다가 ‘MB 물가’라고 빈축을 산 전례도 있다.

두가지는 분리해서 접근하는게 맞다. 통계청의 목표는 통계의 정확성과 객관성이다. 이젠 통계청장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논의할 시점이다. 통계청장의 전격 경질이 그 필요성을 말해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