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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외나무 다리서 만난 韓·日
남자축구 내달1일 ‘숙명의 결승전’
한국, 자만심·압박감이 ‘최대의 적’


아시안게임 한국축구팀이 베트남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21세 이하 대표인 일본팀과의 마지막 일전을 앞두게 되자, 한국선수들 사이에선 “지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농담이 오갔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은 당연히 강한팀이고 힘든 결승이 될 것”이라면서 “개별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하고 경험을 늘려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겠다는 한국선수들의 농담 속엔 자신감 이면에 우월감도 느껴진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기본 연령 상한이 일본보다 두 살 많은 23세이고,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칭찬을 받는 공격수 손흥민(26)과 골키퍼 조현우(27), 최고의 골잡이 황의조(26)가 와일드 카드로 뛴다. 당연한 자신감인데도 객관적 수비능력을 보면 자만심과 방심으로 노출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각각 베트남(3-1 승)과 아랍에미리트(1-0 승)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9월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역대 아시안게임 축구 4회 우승한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일본과 8강에서 만나 1-0으로 승리한 뒤 우승까지 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2연패를 노린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이번 대회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대비해 와일드카드 없이 21세 이하 선수로만 구성해 결승까지 진출하는 패기를 보여줬다.

한마디로 20~27세로 꾸린 한국과 19~21세로 구성된 일본의 경기는 대학-고교 올스타전 격이다. 아시안게임 역대 한일전 전적은 6승1패로 한국이 앞선다. 한-일 결승전은 처음이다.

그러나 웬만큼 기량이 완성된 20세 이상 성인 대표팀 간의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릴 경우 기량이 평소의 70~80%만 발휘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만심으로 바뀐 자신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심 혹은 자만심의 결과는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 후반전에 보인 모습, 말레이시아전, 우즈베키스탄전때 노출된 수비실수, 잦은 패스미스, 볼 지배력 약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빌드업 작업의 잦은 실패 등에서 잘 나타난다.

또 객관적인 전력상 수비는 일본이 한 수 위이다. 황의조의 J리그 감바 오사카 팀동료인 하쓰세 료는 스물한살이지만 공간 파악 및 방어, 백업수비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수비진을 이끈다. 이 선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일본 A대표팀에 뽑혀 수비는 물론 세트피스 전문키커로도 활약한다. 일본에 선제골을 먹은뒤 빗장수비를 펼칠 경우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베트남과의 4강전 후반전에서 수비수를 대거 투입했지만, 그라운드의 10 명중 7명이나 되는 수비진은 패스연결도 못하고 자신이 잡은 공을 소유하지도 못했으며 그래서 빌드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여기에 한일전 압박감, 동생같은 팀에 필승해야 한다는 부담감, 병역면제를 향한 과도한 집념 등 심리적 요인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하면 의외의 패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모리야스 감독의 ‘한국팀 치켜세우기’ 역시 하나의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팀을 둘러싼 곳곳에 포진한 방심 조장의 요인, 자만심 등이 가장 큰 장해물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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