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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도 힘든 척추관 협착증…수술부터 떠올리지 마세요
척추관 협착증은 50~6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무조건 수술을 받는 것보다 약물 등 보존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허리 굽히면 괜찮고 펼때 통증
허리 디스크와 헷갈리는 질환

안좋은 생활습관과 연관성 많아
3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가 우선
근력 강화 등 통해 일상복귀 가능


폭염이 한풀 꺾이고 지난주 제19호 태풍 ‘솔릭’이 지나간 뒤 여름 내내 쨍쨍하던 날씨가 궂어졌다. 히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오가며 비구름이 발생해 곳곳에 호우특보가 발령되고 있다. 더울 때에는 좀 살 만 하다 흐려지고 쌀쌀해지며 허리와 다리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환자가 많을 시기다.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과 함께 대표적 척추 질환인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는 물론 다리까지 심한 통증이 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이다. 하지만 병원에 가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대부분 고령인데, 이들 환자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장동균<사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추간판 탈출증과 헷갈릴 수 있는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추간판 탈출증 환자와 반대로 허리를 펼 때 통증이 느껴지고, 반대로 허리를 굽히면 편해져 자연스럽게 굽히고 다니는 환자가 많다”며 “영상 검사 등을 통해 협착으로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나더라도 심하지 않으면 수술보다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찬바람ㆍ기온과 연관성 없어=척추관 협착증은 추간판 탈출증과 많이 혼동되는 질환이다. 발병 연령대에서도 두 질환은 차이를 보인다. 추간판 탈출증이 잘못된 자세나 외상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노화가 주원인인 탓에 60대 이상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60대 이상에서 다리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보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한번쯤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추간판 탈출증은 갑작스럽게 통증이 온다”며 “대표적으로 다리 방사통”이라고 했다. 이어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와 인대가 튀어나오는 등의 원인으로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 공간이 줄어들고, 척추관 내에 위치하는 신경 주머니와 신경이 압박되면서 허리, 엉치, 다리의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흔히 찬바람이 불면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예외다. 장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과 날씨, 기온은 큰 연관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더운 날씨에도 손발이 저리고 차가워 수족냉증으로 의심하는 환자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양한 질환이 척추관 협착증과 증상이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장 교수는 “고관절 부위의 관절염과 연부 조직 질환(고관절 내장증, 이상근 증후군, 점액낭염, 석회화 건염), 혈관 협착으로 인한 혈관성 파행, 당뇨로 인한 말초 신경 병변이 혼동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드물게는 척추 신경 종양, 천추부 감염, 스트레스 골절등의 질환도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으로 오인되기 쉽다”고 말했다. 

척추관 협착증은 생활 습관과 연관이 있는 병이다.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가 질환을 악화시킨다. 장 교수는 “다리를 꼬거나 바닥에 앉거나 쪼그리는 좌식 생활 등이 안 좋은 습관이다. 환자는 가능하면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며 “체중이 나가면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살짝 땀이 날 정도의 빨리 걷기, 수영(자유형), 실내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이나 복근을 키울 수 있는 반 윗몸 일으키기 등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척추관 협착증의 초기 증상은 허리와 엉덩이 부분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심해지면 양쪽 다리 모두 통증과 저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환자는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호전되기 때문에 걷다가 자주 쉬게 된다. 점차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게 된다.

장 교수는 “통증에 대해 신경이 눌린 정도에 따라 환자별로 ‘아프다’, ‘저리다’, ‘시리다’ 등 표현이 다양하다”며 “특히 좌골 신경통의 갑작스런 출현이나 악화는 기존의 척추관 협착증에 추간판 탈출증의 동반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보존적 치료 3개월 이상 받아도 효과 없으면 수술=척추관 협착증의 진단에는 환자의 증상과 의사의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하다.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영상 검사는 뼈와 신경 주위 조직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장 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임상 증상, 진찰 소견, 영상 검사 결과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주로 고령으로, 통증에 의한 보행 장애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치료 시에는 환자의 전신 상태와 병의 경과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장 교수는 “영상 검사에서 심한 협착이 있다 하더라도 그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은 환자는 우선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척추관 협착증 치료를 위해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보존적 치료부터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 교수는 “신경 마비 증상이 없고, 증상이 중등도 이하인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보존적 치료로는 침상 안정, 약물 치료, 경막 외 부신피질호르몬 주사, 보조기 착용, 물리 치료, 허리 근력 강화 운동 운동 요법 등이 있다. 많은 환자가 보존적 치료로 일상으로 복귀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다면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를 최소한 3개월 이상 받았음에도, 엉덩이나 하지의 통증이 심해서 잘 걷지 못하거나, 근력 약화, 감각 이상 등 신경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거나, 대소변 기능 장애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다.

장 교수는 “척추관 협착증은 고령의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뇨, 고혈압, 심혈관ㆍ호흡기 질환 등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 전 충분한 내과적 검사를 받고 안전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술 이후 통상 2주가량 입원한 뒤 3개월이면 가벼운 운동, 6개월이면 수술 전 했던 모든 운동을 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의사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결정하면 치료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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