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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존재한다, 내가 그린 자화상 그대로…”

  • 기사입력 2018-08-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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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우리가 의식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뇌가 우리의 의식있는 삶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뇌를 이해하면 우리의 정신을 완전히 이해하리라는 믿음은 우리의 다리를 이해하면 자전거타기를 완전히 이해하리라는 믿음과 유사하다.”(‘나는 뇌가 아니다’에서)
“형이상학적 비관론 바탕 과도한 결정론”
‘뇌=나’라는 신경중심 이데올로기에 일격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생물 ‘인간’ 탐구
각자 주관적 체험으로 고유한 의식 형성
착각·환상 등 비합리적 감각도 인간 특징
‘인간정신은 곧 자유 개념과 동일’ 주장

‘마크루스 가브리엘(38)은 21세기 현대철학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철학자로 꼽힌다. 24살에 ‘후기 셀링 철학’에 대한 연구로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 논문으로 루프레흐트 칼스 상을 수상한 그는 2009년 28살의 나이에 본 대학 석좌교수로 부임한다. 19세기 셀링 이후 독일 최연소 석좌교수가 된 것이다.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지난해 국내 처음 소개된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원제:Why the world does not exist)는 2013년 독일에서 출간 즉시 16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다. 세상은 물질과 같은 보이는 것만 실재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 느낌, 생각까지 모든 게 실재하지만 이를 전부 포괄해 설명해주는 원리는 없다는 게 골자다. 가브리엘은 이를 새로운 리얼리즘이라고 말한다.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가 세계는 오직 물질적 대상들만 존재한다는 유물론적 세계관의 허상을 보여줬다면, 이번에 출간된 ‘나는 뇌가 아니다’는 인간의 정신, 즉 생각하고 느끼며 정치·생활·예술 활동을 하는 정신적인 생물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나는 누구인가’란 주제는 수 천년 철학의 주제이지만 최근 신경과학에 자리를 내주는 처지가 됐다. 뇌 혹은 중추신경계의 작동방식을 다루는 신경과학자들은 우리의 감정, 행동과 연관된 뇌의 위치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밝혀냄으로써 ‘뇌가 바로 나’라고 주장한다. 뇌가 없으면 정신도 없다는 얘기다.

이런 신경중심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정신적 자유의 생물이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네덜란드 뇌과학자 디크 스왑의 저서 ‘우리는 우리 뇌다’에 대한 응답이 가브리엘의 ‘나는 뇌가 아니다’인 셈이다.

가브리엘은 우리 자신을 거론할 때 사용하는 의식, 정신, 나, 자유라는 개념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나가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어휘안으로 들어왔는지 살핀다.

신경중심주의에 따르면, 우리는 진화, 유전자들, 신경전달 물질 등에 의해 조종되는 통 속의 뇌다. ‘나’는 입증될 수 없고 뇌가 산출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만약 ‘나’가 정말로 뇌이고, 누군가 ‘나-뇌’에게 ‘물’이란 단어를 묻는다고 할 때, 신경주의자의 입장에 서면 ‘물’의 의미를 알 수 없다. 나는 진짜 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오직 전기 자극을 통해 물을 안다고 생각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을 아는 건 단지 뇌의 화학작용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우리는 물을 직접 만지고 보고 마셔봤기 때문에 물을 안다. 이에 가브리엘은 의식을 ‘지향적 의식’과 ‘현상적 의식’으로 나눠 설명한다. 이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즉 미래의 인공지능로봇이 포도주의 맛을 설명한다고 해보자. 로봇은 포도주의 당도와 신도 같은 객관적 평가를 정확하게 서술할 수 있다. 이는 지향적 의식이다. 하지만 로봇의 내면에는 인간 개개인이 느끼는 고유한 주관적 체험은 없다. 바로 이 고유한 체험이 현상적 의식이다. 인간은 내면에 고유한 감각을 갖고 있으며 대상에 대해 비합리적인 감정 역시 갖는다. 무언가를 착각하고 욕망하고 환상을 추구한다. 지향적 의식만을 가진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가브리엘은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인간의 고유성을 강조한다. 뇌 과학자들은 의식적으로 체험되는 우리의 결정 중 다수가 뉴런 층위에서 무의식적으로 준비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모든 사건은 자연법칙에 따라 일어나며 매순간 그 자연법칙들은 다음에 일어날 일을 확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브리엘에 따르면,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이유들에서 ‘엄격한 원인’과 ‘이유’를 구분하는게 필요하다. 예컨대 중력 가속도는 1g이다. 누군가 나를 10분 동안 물 속에 담그면 나는 익사한다.

또 별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운행한다. 이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한 자연법칙, 엄격한 원인이다. 반면에 골초인 나는 금연을 결심하지만 기침을 계속하면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고, 전자 담배로 바꿀 수도 있다. 가브리엘은 사건발생에 관여하는 조건이 모두 ‘엄격한 원인’들인 것도, 모두 ‘이유’들인 것도 아니라며, 그 목록은 열려있고 그 조건들 중 일부가 구속적이지 않다는 데 우리의 자유의지가 있다고 말한다.

회의론자들은 여기서 자유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가령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할 때, 로미오가 줄리엣을 좋아하는 것이 유전적 기질 혹은 특정 호르몬의 분비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가브리엘은 이런 신경중심주의를 쇼펜하우어의 ‘형이상학적 비관론’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외견상의 호의적 행동은 적나라한 생존 의지나 번식 의지로 이해했다. 가브리엘은 이런 비관론은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며 “자기와 모든 타인을 원리적으로 불신한다는 점에서 사이비 과학에 기댄 일종이 편집증”이라고 비판한다.

가브리엘에게 인간정신은 자유의 개념과 동일시 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상(像)을 스스로 만들어 보유해야 비로소 누군가이고, 그런 한에서 자유롭다.”

가브리엘은 이를 신실존주의로 이름한다. 과도한 뇌과학의 결정론에 빠진 우리 시대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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