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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병원을 통해 사회를 비추는 예리한 통찰력
-의료 민영화부터 정경유착·취재윤리까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라이프’가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가 숨겨진 민낯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메스를 병원을 넘어 사회를 향해 세우고 있다. 의학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 병원을 거울삼아 현실을 비추는 놀라운 짜임새와 치밀한 전개는 극적인 긴장감까지 고조시키며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라이프’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던 지난 12회는 전국 5.3%, 수도권 6.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라이프’의 시작은 병원이었다. 각기 다른 신념을 지키려는 의료진과 수익 극대화를 실현하려는 경영인 구승효(조승우 분)이 대립이 병원의 이면을 드러냈다. 투약 오류 사망 사고, 대리 수술 등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은폐되고 있었다.

폐쇄적인 병원의 벽을 깬 사람은 구승효였지만 그조차 절대 선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면으로만 병원을 보는 회장 밑에서 사장으로서 살아남아야 했다. 구승효는 적자를 이유로 필수 과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센터 퇴출을 시도하고, 장례식장, 동물의료센터, 건강검진센터 등 수익 시설 투자를 추진했다. 양날의 검이 될 성과급제, 자사 계열사 제품 독점 유통 시스템 등을 구축하며 시장 논리로 병원을 장악했다. ‘라이프’는 상국대학병원을 통해 의료계의 폐쇄성과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동시에 조명하며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무게감 있는 화두를 던졌다.

‘라이프’는 내부고발자 이정선의 죽음을 통해 사회 문제를 유기적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이정선의 내부고발로 밝혀진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 뒤에는 국회의장과 QL그룹 간 정경 유착의 그림자가 있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QL이 화정에 도움을 청하고, 화정은 그 대가로 QL의 스마트폰 사업을 이용한 헬스앱 개발을 약속받으며 자본 권력의 은밀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선의 죽음에는 또 다른 이면도 숨겨져 있었다.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을 보도한 새글 21의 권 기자가 취재원 보호라는 보도 윤리를 외면하면서 이정선의 신분이 세상에 노출됐던 것.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겼다.

‘라이프’가 던진 화두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 이유는 현실의 이면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고민과 통찰을 함께 그려냈기 때문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움직이는 예진우(이동욱 분)는 단 하나의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함께하는 주경문(유재명 분) 역시 최선의 수를 찾으려 애쓴다.

숫자가 최우선인 냉철한 승부사 구승효 역시 인간적인 양심을 완전히 외면하지 못한다. 이정선의 검시 결과를 왜곡했지만 이를 다시 정정한 오세화(문소리 분), 자그마한 재기의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는 김태상(문성근 분)의 집요함 등 상국대학병원을 둘러싼 인간군상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라이프’는 의료 민영화, 정경유착 등 사회의 현존하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듦과 동시에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입체적인 갈등을 드러내며 리얼리티를 구축한다. 다양한 이해관계,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선택이 불러오는 파장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뼈아프게 다가선다. 단 4회만을 남겨둔 ‘라이프’의 예리한 시선이 비출 현실의 모습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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