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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성기능 감퇴·짜증이 ‘질병’이 아니라고?
의료 영역 밖에 있던 탈모를 병으로 편입한 과정을 다룬 연구 성과물이 신간으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슈섹션]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고 성기능 감퇴에 짜증이 자주 발생하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다 문득 언제부터 탈모가, 성기능 감퇴가 치료의 대상이 됐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신간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사회학자인 피터 콘래드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가 의료 영역 바깥에 있던 현상들이 병원에 편입되는 과정을 ‘의료화(Medicalization)’라 지칭하며 30년간 수행해온 연구 성과물을 담아낸 책이다.

탈모뿐만 아니라 작은 키, 노화, 성기능 감퇴, 짜증을 자주 내는 성격이 어떻게 의학적 문제가 됐는지 설명하고, 이러한 경향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


저자가 쓴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진료 건수는 2002년 1만6266건이었으나 2011년에 5만6951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에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아동이 166명당 1명이었는데, 2015년에는 45명당 1명이 됐다.

ADHD와 자폐증이 늘어난 이유는 인간의 유전자가 갑작스럽게 변화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관련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의료화 진행이유에 대해서도 저자는 의료인의 권위와 권력이 강화했고, 의료시장이 확대됐으며, 알코올중독자협회와 같은 다양한 사회단체의 영향력이 커진 점을 요인으로 꼽힌다.

저자는 탈모나 노화가 정말로 의학적 문제인지 판결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광범위한 의료화는 인간 다양성을 병리로 바꾼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의학 용어들이 무엇이 ‘정상’인지 규정한다는 사실을 비판하고 의학이 사회통제 기능을 확대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우려하는 바는 의료화가 사회보다는 개인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ADHD 환자나 알코올중독자가 늘어난다면 비교육적인 학교 시스템이나 알코올 남용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 치료를 권한다고 지적했다.

후마니타스. 정준호 옮김. 384쪽. 1만8000원.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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