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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의 갈라파고스 대한민국]과거에 발목 잡힌 해묵은 규제…기업 투자 여력 또 떨어뜨린다

  • 기사입력 2018-09-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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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사 부채비율ㆍ지분율 과도…투자길 막혀
- 획일적 잣대 수십억대 과징금 피해도 속출
- 문대통령 강조 ‘은산분리완화법’은 존폐기로
- 인터넷전문은행ㆍ벤처 등 4차 산업 발목
- 전문가 “일자리 창출ㆍ사업재편 등 ‘失機’ 우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지주회사와 금산분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논리 보다는 감정에 우선하다보니 과거에 천착하게된 규제로 꼽힌다.

이른바 반재벌 정서에 기반한 이 규제들은 시대의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한국 경제의 미래성장 동인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자체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융복합 시대에 옛날식 ‘규제 철옹성’이 기업들의 경영 자율성과 투자여력을 떨어뜨려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주사 과도한 규제 역차별 논란= 한국에만 있는 지주회사 규제는 역차별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장려 속에 지주사로의 전환이 크게 증가하고 관련정책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반 기업집단이 받지 않는 규제를 지주사가 추가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지주회사는 193개로 전년대비 31개 증가했다.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집단도 30개로 같은 기간 17개 많아졌다.

그러나 지주사에 대한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 보유 금지 ▷금융회사 투자금지 ▷공동출자 금지 ▷(손)자회사 최저지분율 규제 ▷증손회사 보유금지 등 5개 규제가 역차별을 부추기고 지주회사의 사업재편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비율 200% 초과 금지ㆍ지분율 요건(상장사 20%ㆍ비상장사 40%)을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결국 신사업 분야 인수합병(M&A) 등 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활용해야하니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내외 요인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으로 피해 기업도 잇따랐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3년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셀트리온창투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부채율이 일시적으로 217.7%로 높아지면서 공정위로부터 2억70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받았다.

㈜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0%(2007년)였던 부채비율이 714%(2008년)까지 증가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부채비율 증가는 업황 개선없이는 불가능함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주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이는 경제위기나 업황 악화등 위기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 문턱 못넘는 은산분리 완화= 은산ㆍ금산분리 규제도 글로벌 기준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및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 금지에 대한 빗장이 풀리지 않으면서 핀테크 산업 및 금융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 규제혁신 1호’ 법안으로 강조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존폐기로에 섰다.

은산분리는 산업 자본이 의결권 있는 지분을 4%(4% 제외한 지분의 의결권 미행사 때 최대 10% 보유 가능)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한 뒤 대출을 과도하게 끌어다 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을 비롯해 비금융 주력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등 핀테크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에 비해 그동안 핀테크 발전에 폐쇄적이었던 원인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에 기인한다”며 “금융과 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발현을 원천봉쇄해 한국 금융 산업 경쟁력 확보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에서 금융회사의 주식보유 승인,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력 남용 방지를 위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은산분리를 고수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 금지에 따라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맞은 기업도 있다.

㈜SK는 올 초 SK증권 지분 9.88%를 보유해 금산분리 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억6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주식 소유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당시 1차 지분 매각이 지연된데 따른 것으로, ㈜SK는 지난 8월 J&W파트너스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로써 SK증권은 26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팔려나가야 한다”며 “의도치 않은 구조조정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는 데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삼성의 경우도 삼성생명과 같은 대규모 금융사에 대한 인수합병은 국내 기업이 추진하기 어려워 해외기업에 인수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국부유출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안에 벤처투자회사를 두지 못해 국내 중소벤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제한적”이라며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라고는 하지만 정작 투자 길을 막아놔 시류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금융회사 보유 금지 규제는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할부판매가 대부분인 자동차 판매의 경우,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자회사로 전용 캐피털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 도요타는 ‘도요타파이낸셜’을, 폭스바겐은 ‘VW 파이낸스서비스’를, GM은 ‘GM 파이낸셜’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대차 역시 자회사로 전용 캐피털사를 두고 있는데, 현대차가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이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가 제한없이 캐피털사를 두는 것과 반대로 국내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고민 빠진 규제논쟁= 정부는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정작 현실은 규제의 추가로 이어지는 현실에 재계는 크게 낙담하고 있다.

더구나 규제 논쟁에서 현 정부의 핵심 기조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지난달 입법예고된 3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기업 규제를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이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으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 것과 총수 일가가 지분 20%를 보유한 상장ㆍ비상장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재 231곳에서 607곳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계열사간 정상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신사업 확장이나 사업재편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규제완화는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산업정책과 연관돼야 하는데 각종 규제들이 투자 양성화, 중견기업 육성, 벤처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은산분리 등 규제완화 논쟁을 보면 일자리 부분이 덜 고려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은산분리의 경우 ‘초반부터 인허가 안된다’와 ‘원칙에 따라 모조리 금지해야 한다’식의 두가지로 접근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 중견기업 육성, 산업ㆍ노동구조의 이중구조화를 해소하는데 그것들이 더 큰 가치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두가지를 교조주의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강한 부분을 들여다 보고 어느 선까지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 골목상권 제한 등으로 규제를 강화했다면 기업벤처캐피털(CVC) 등을 통해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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