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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재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 환자 지원, IT기술 도입 필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3분의2가 혈당 관리에 실패한다. 정부가 환자 교육에 도움이 되는 심층 진료(15분 진료)를 지원ㆍ장려한다니 고무적이다.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교육 수가 체계를 정비하고, 자가 관리 환자에게 필요한 혈당 측정지, 연속 혈당 측정기 센서 같은 최신 소모성 재료도 지원하고자 논의한다니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 시스템에서는 평소 환자 교육에 성실히 임하는 의사를 구분하고 있지 않아, 적절한 수가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모성 재료에 대한 지원 비용도 본래 처방 목적대로 사용돼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고 자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검증하기 쉽지 않다.

이에 최근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 IT(정보기술) 환자 모니터링 기술 등을 도입하는 게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양한 웨어러블 센서, 환자용 복약 지도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교육 플랫폼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은 환자의 상태나 복약 과정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기록해 의사와 공유함으로써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의료를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제2형 당뇨병으로 수년간 인슐린을 사용해 온 50대 환자가 내원해 “심한 저혈당 쇼크에 수시로 빠진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한참 문진해 보니 “그간 초속효성 인슐린을 식후 2시간 후에 주사하고 있었다”고 해 말문이 막혔다. 수년간 초속효성 인슐린을 식전 혹은 식후 직후에 투약해야 한다고 알려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 환자에게 디지털 기반의 혈당지나 연속 혈당 측정 센서를 제공해 측정하게 한 후, 의사가 혈당 패턴을 분석해 봤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마 식후의 비정상적 패턴을 보고 인슐린 사용법에 대해 다시 코치해 줬을 것이다. 처음부터 인슐린 사용에 대한 지침을 의사가 진료실에서 제대로 알려 주고 환자가 이를 잘 메모하거나 모바일에 저장하게 했으면 훨씬 오랫동안 자가 관리에 집중했을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관리 기록을 의사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자가 관리에 나서게 된다. 의사는 객관적 환자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 계획에 분석 결과를 반영하고 환자에게 피드백을 줌으로써 바른 질환 관리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의사에게 이에 맞는 비용을 산정,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면 된다. 물론 교육의 질 확보를 위해 주요 의료기관ㆍ학술 단체를 중심으로 공인된 기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결국 만성 질환 관리를 위해선 환자ㆍ의사ㆍ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시스템의 설계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증대는 물론 사회 의료 비용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 여러 직능 간 합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오직 환자를 위한 바른 치료법에 대한 공감대를 중심으로, 지속적 노력을 이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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