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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유엔제출용 ‘판문점선언’ 번역본, 원문과 달라”…외교부 “오해 소지 없다”
[사진=헤럴드경제DB]

-‘연내 종전선언’ 합의 기정사실화
-“한글판 판문점선언 문구 자체에 오해 소지”
-외교부 “판문점선언 번역문, 남북합의 국문본에 충실…오해소지 없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이 한글 원본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12일 종전선언에 관한 남북 입장을 담은 판문점 선언 3조 3항에 대해 당초 “연내 선언하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 종전선언이라는 목표를 위해 올해 다자회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는 뜻”이었다며 영문본에 남북이 연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식으로 담겨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즉각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문에 충실한 번역문”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판문점선언 3조 3항 한글 원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선언문 공개 당시 “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이라는 번역했다. 국문본과는 달리 올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추진해 나간다는 데는 뜻이다. 청와대의 번역문이 당초 국문본과 뜻과 뉘앙스를 달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지난 6일 남북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 3조 3항은 “남북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ㆍ북ㆍ미가 관여하는 3자 혹은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북간 연내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 적극 추진’ 등 총 3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설명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북한의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은 “북과 남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정전협정을 평화합의안(peace accord)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으며 지속가능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다. VOA는 “남북이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 선언 영문본은 남한보다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자리잡은 국제법ㆍ외교학 전문 대학원인 터프츠대학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한국학 교수는 “최초 채택된 판문점선언 문구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특히 남북이 올해 종전선언을 선언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겨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에 제출된 영문본만 보면 남북이 연내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매우 확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그냥 행정적 오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은 정부의 목표”라며 북한의 비핵화 입구 단계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유엔 총회 계기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 또한 연내 종전선언을 한다는 판문점 선언에 근거해 추진돼왔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북은 4ㆍ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했다”며 “유엔에 제출된 판문점 선언 영문본은 남북이 합의한 국문본에 충실한 번역본”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의 공동 서명을 거쳐 유엔 총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동시 회람됐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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