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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자가위’ 기술 탈취 논란…특허권 관리 중요성 숙제 남겨

  • 기사입력 2018-09-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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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는 툴젠이 특허권을 날치기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관련자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작은 사진은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전세계적으로 10여곳만 보유한 신기술
IBS 김진수 단장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
교수시절 창의재단 지원받아 기술 발명
본인회사로 수천억 특허권 빼돌린 의혹

툴젠·서울대, 적법한 권리이전 계약 주장
보통주 10만주 증여 성장가치 공유 강조
가치 키우고 등록비 수십억 부담 상용화
기업노력 인정·이전절차 가이드라인 필요


생명과학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해 특허를 가진 바이오벤처가 특허권 날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벤처회사를 창업한 전 서울대 교수가 정부과제로 국가 지원을 받아 서울대와 함께 개발에 성공했지만 특허권은 벤처회사가 모두 가져갔다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반면 회사와 서울대 측은 특허 권리에 대한 이전은 양측 계약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을 떠나 이번 논란은 국내에서 신기술을 발명할 때 이 특허권에 대한 관리의 소중함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교수 시절 발명한 특허, 자신이 세운 회사로 빼돌렸다는 의혹=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 언론은 ‘세계적 과학자 김진수, 수천억대 특허 빼돌렸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12~2013년 동료들과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크리스퍼 캐스9은 제3세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가장 진보한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 기술을 보유한 곳은 10여곳인데 이 중 국내에서는 ‘툴젠’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 특허기술은 김 단장이 서울대 교수 시절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연구사업으로 30억원의 지원을 받아 발명에 성공했다. ‘발명진흥법’과 ‘서울대 지식재산권 관리 규정’ 등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교직원의 직무발명 특허 소유권은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 즉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김 교수는 툴젠이 특허권을 가지도록 직무발명 신고를 거짓으로 꾸몄고 실제 2012~2013년 사이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특허를 출원한 것은 툴젠이었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문제는 툴젠이 김 단장의 회사라는 것이다. 툴젠은 김 단장이 1999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로 현재 김 단장이 최대주주다. 김 단장은 툴젠 주식의 21.3%를 갖고 있다. 즉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정부과제로 발명에 성공한 특허기술을 자신이 보유한 기업이 갖도록 날치기를 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툴젠 “적법하게 특허에 대한 권리 이전 받아”=하지만 이에 대해 툴젠과 서울대 측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우선 툴젠은 서울대로부터 정당하고 적법한 계약에 따라 유전자가위 특허에 대한 권리를 이전 받았다고 했다.

툴젠 측은 “2012년 당시 서울대 산학협력단 소속 발명자들이 발명을 완성한 후 자신들의 소속기관이 서울대임을 밝히면서 개인 명의로 가출원을 했다”며 “이후 서울대와 툴젠은 이 발명에 대한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출원인 지위를 이전받아 툴젠 명의로 본 출원을 하게 됐다”고 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발명이 오로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서만 창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제 논문 자료를 제시하며 툴젠도 지원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또 툴젠은 2011년 서울대 발전기금에 툴젠의 보통주 10만주를 무상으로 증여해 툴젠의 기업가치가 성장할수록 서울대도 큰 이익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툴젠 관계자는 “툴젠은 서울대로부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 지분을 이전 받은 이후 수십억원의 특허 비용을 지출하며 특허가 세계 각국에 등록되도록 노력해 왔다”며 “그 권리를 수천억원의 가치로 키운 것에는 툴젠의 공로가 분명히 있었는데 서울대가 수익을 남기지 않고 수천억원 가치의 특허를 민간기업이 빼돌렸다는 의혹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역시 특허권을 빼앗겼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대 측은 “직무발명 보상금 배분은 서울대 전체 연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며 김진수 전 교수에게도 적용됐다”며 “기술이 사업화되기 까지 다양한 변수가 있는데 2012년 기술이전 당시 특허 가치를 수천억원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또 “툴젠은 2011년 총 10만주의 주식을 발전기금 형식으로 이전했다”며 “하지만 현재 경찰에서 당시 특허 이전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학교 권리가 침해된 부분이 확인되면 필요한 민ㆍ형사상 조치는 취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 이전에 대한 명확한 절차 따라야 한다는 ‘교훈’=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업계 반응 역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연구에 매달려 온 한 연구자 또는 기업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내기 위해서는 몇 년에서 수십 년까지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허 이전 당시 얼마의 가치가 될지 알 수 없는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기여한 기업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툴젠은 현재 시가총액 8000억원대로 코넥스 시장 대장주다. 현재 코스닥 이전 상장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코스닥 상장이 미뤄질 여지도 있다. 특허 의혹으로 기업의 신뢰는 크게 타격을 입은 상태다.

반면 아무리 작은 기술이라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특허 이전 등을 받아야 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교수로 있다가 연구하던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벤처 등을 창업하는 경우가 바이오업계에서는 많은데 이럴 때 기술 이전과 같은 세부적인 절차에 대해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며 “연구자 뿐만 아니라 학교나 연구재단, 나아가 정부는 이런 일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관련 규정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유전자가위=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 편집 물질을 이용해 몸 속 문제가 있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고 그 부위에 정상 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개념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1세대, 2세대를 거쳐 3세대 크리스퍼 캐스9까지 왔다. 유전자가위를 통해 지금까지 정복이 어려웠던 A형 혈우병, 황반변성/당뇨성 망막병증 등 각종 난치 질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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