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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남국의 햇빛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은 물론이고, 추석을 목전에 두니 마음이 어느새 가을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 택시를 탔더니, 기사님이 금방 사라져갈 가을을 걱정하셨다. 봄이나 가을처럼 일하기에 좋은 계절은 금방 지나간다는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가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마음에 동조하는 뜻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시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을날’이라는 시 속에서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셔서 포도주에 깊은 맛이 스미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기사님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요즘은 포도를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우는데, 신에게 그렇게 기도 할 필요가 없지요!”

아파트 앞 가게에서 내려, 토마토와 포도 등 즐겨먹는 야채와 채소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토마토는 매일 주스로 갈아먹기에 일 년 내내 사서 날랐고, 포도도 이미 가을이 오기 전부터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7-9월이 제철인 토마토는 사시사철 살 수 있는 채소가 되었고, 기사님 말대로 남국의 햇빛을 이틀만 더 달라고 신에게 간구할 필요가 진즉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햇빛이나 바람이나 비나 번개와 관련해서 더 이상 신을 찾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라는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하늘에서 지구의 모습을 찍어 모은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책이 있다. 사진들만 보면, 북극에서 열대의 군도까지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평원에서 네팔의 산꼭대기까지 신비로운 지구 풍경들을 찍은 모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책은 “현재와 같은 수준과 방법으로는 더 이상 자원을 소비하고 생산하며 이용하는 것을 오래 지속할 수 없음”을 알리기 위해 10년에 걸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사시사철 채소와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인류의 밥상은 혁신적이지만, “겨울에 신선한 깍지콩 1킬로그램을 사는 데만도 거의 13킬로그램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는 것이다. 난방이 필요한 온실과 장거리 유통이 일상화되어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하고, 이들은 지구에 온실효과를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일단 온실가스는 한 번 퍼지면 1세기이상 지속되고 어디서 방출되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고루 퍼진다고 한다. 온실 가스는 국경이 없다는 뜻이다. 한 나라도 빠짐없이 전 세계가 협조하지 않으면, 위급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러면 지구 환경의 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남국의 이틀만큼이라도 아직 남아있을까. 이 상태를 방치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리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번 여름처럼 끔찍한 폭염과 온실가스의 재앙이 더 가속화되기 전에 우리부터 마음을 모아 행동해야 할 것 같다. 미래의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문학적으로도, 햇빛이나 바람에 대해 신에게 기도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여, 가을입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이제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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