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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괴한 쫓고 전기차 충전하고…’, 공중전화 어디까지 써봤니?
[헤럴드경제 TAPAS =이민경ㆍ박이담ㆍ성기윤 기자]공중전화는 추억 속에만 존재할까. 아니다. 여전히 있다. 살아남으려 안간힘(?)까지 쓴다. 안심부스, 전기 충전부스, 멀티부스 등으로 변신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TAPAS팀이 직접 가봤다. 







1초 만에 부스가 철컥…안심부스

“안심부스요? 에이티엠(ATM) 인줄 알면서 지나가고 있었어요.” 

안심부스를 본 대학생 정세미(23) 씨의 답이다. 보통 공중전화 박스는 하늘색인데 안심부스는 노란색ㆍ회색으로 돼 있다. 안심부스는 괴한이 쫓아올 때 급히 문을 닫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쓰임새가 줄어든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했다. 

밤 11시께. 마포구 서교동, 합정동, 상수동에 설치된 안심부스 4곳을 직접 찾아갔다. 으슥한 곳이나 늦은 밤 취객이 많은 유흥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단 안심부스 위치로는 합격점.



부스 안쪽으로 들어갔다. 빨간색 비상벨 작동버튼, 초록색 해제 버튼이 있었다. 작동을 누르니 사이렌이 울리면서 유리재질의 슬라이딩 도어가 1초 만에 닫혔다. 경보음이 울린다고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 접수되는 건 아니다. 공중전화가 긴급통화 모드로 바뀌고 무료통화가 가능해졌다.

괴한이 접근하지 못하는 건 장점. 하지만, 그 상황을 상상해보면 오히려 섬뜩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학생 김윤지(23) 씨는 “1분1초가 급한데 작동방법을 잘 모르는 부스에 들어가는 게 망설여질 것 같다”며 “안에 갇힌 상태에서 괴한이 밖에 버티고 서 있다고 생각하면 더 무섭다”고 몸서리쳤다.

KT링커스에 따르면, 안심부스는 서울 내 총 19곳에 있다. 마포구가 6곳으로 가장 많고, 중구에 5곳ㆍ서초구 2곳이 있다. 강남구, 관악구, 종로구, 광진구는 각각 1곳씩 설치돼 있다.


전기차 충전하는 전화 부스

서울 성동구 마장동주민센터 앞 공중전화 부스. 이곳 부스는 연두색이다. 흥미로운 건 부스의 방향. 총 3칸 중에서 한 칸만 인도 방향이고 나머지 두 칸은 도로 방향이다.

도로에 서서 전화하란 의미일 리는 없다. 나머지 두 칸 안을 살펴봤다. 부스 안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었다. 앞바닥에도 초록색이 칠해져 있고 ‘EV 전기자동차’라고 적어 놨다.

공중전화만 있을 땐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지만, 전기차 충전소가 생긴 뒤론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 이진오 마장동주민센터 주무관은 “SM3 전기 택시 기사 분들이 자주 온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이영화(64) 씨도 “하루에 열 대는 충전하러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덕에 방긋 웃는 곳도 있다. 바로 앞 카페다. 전기차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이 이 공중전화 부스 앞 카페를 찾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임인정(49) 씨는 “공중전화부스 덕에 커피가 더 많이 팔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공중전화 부스는 전국 총 15곳. 서울에 7곳이 있고 대구 3곳, 전남 2곳, 경기ㆍ인천ㆍ대전에 각각 1곳이 있다.


서울역 멀티부스의 남모를 속앓이


공중전화 부스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자동심장충격기(AED) 등이 결합된 부스도 있다. 서울역에 있는 멀티부스가 대표적 예. 직접 서울역 멀티부스를 관찰해봤다. 이곳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ATM기 이용자였다. 30분이 지나서야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김부자(80) 씨는 “딸이 휴대폰 고장으로 내 휴대폰을 들고 갔다”며 수화기를 들었다. 김 씨는 동전을 바꿔왔다. 200원을 넣었다. 요즘 공중전화 기본요금은 70원이다. 

이날 공중전화를 찾는 손님은 김 씨가 마지막이었다. ATM와 대조적이었다. 여행객이 가득한 서울역에서조차 그나마 ATM 덕분에 공중전화 부스가 사람 손길을 타는 셈이었다.

ATM이 결합된 멀티부스이기에 겪는 일도 있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 공중전화 부스엔 문이 없다. 하지만 ATM이 있는 멀티부스는 보안상 문이 설치돼 있다. 

그러다 보니 노숙인이 멀티부스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역 광장을 관리하는 한 순찰대원은 “노숙자들이 (멀티부스 안에서) 자고 그래서 (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문이 있으니 한겨울 등엔 노숙을 청하기 좋은 장소가 된다. 멀티부스로 재탄생한 공중전화 부스는 제작의도와 달리 이렇게 또 새로운 쓰임새가 생겼다. 멀티부스는 전국 947대가 있으며 그 중 서울에선 서울역 등을 비롯 164대가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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