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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미스터 션샤인’이 부각시킨 의병정신 효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30일 종영한 tvN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 속에 묻혀져 있던 의병 활동을 재조명했다.

실제 역사상 의병장은 양반들이 많았다. 평민 출신인 신돌석(영덕 출신)을 제외하면 최익현, 유인석 등 유림, 유생들이 많다. 하지만 나라의 주권이 위태해지자 수많은 백성들이 총을 들었다. 영국인 맥켄지 기자가 1907년 찍은 항일 의병 사진을 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 일반복을 입은 아저씨, 군복을 입은 군인, 까까머리 아이도 포함돼 있다.

극중에도 의병은 사대부집 아기씨인 고애신(김태리)도 있지만, 도공과 포수도 있었다. 저자거리에서 빵을 굽고, 인력거를 끌고, 추노꾼을 했던 사람들이 기꺼이 의병 대열에 합류한다. ‘미스터션샤인’ 24회에서는 의병 운동을 하는 인력거꾼이 정미7적중 한 명인 농상공부대신 송병준을 자신의 인력거에 태우고 가다 개천에 쳐박아버릴 때 통쾌했다.

이응복 PD가 제작발표일에 “일제강점기, 특히 1930년대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지만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기 직전 항거 기록은 별로 없었다. 독립운동의 시초가 된 의병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관심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의병 이야기는 왜 잘 다뤄지지 않았을까? 구한말 의병들이 일제강점기에는 국내 활동이 여의치 않아 만주(서간도), 러시아 등으로 가 독립군, 광복군이 된다. 이들이 대한민국 군인의 뿌리다. 

이들의 아들, 딸들은 지금 생존해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이들은 일제시대 내내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가 의병이었음을 밝혔다가는 순사에게 잡혀가는 시대를 살았다. 항상 쉬쉬하고 살았다. 일제강점기가 더욱 무섭고 암울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들 부모인 의병들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나왔듯이, 죽을 줄 알면서도 싸우다 불꽃처럼 스러져갔다. 오로지 우리 주권만 생각한 ‘숭고한 의병’이다. 어쩌면 무모할 수도 있는 의병 활동을 하게 되는 힘과 그 정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그 해답이 어느 정도 있다. 도공 출신 황은산 의병대장(김갑수)은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나이가 어린 의병들을 한 소대로 묶어 평양행 기차를 타게 한다. 나이 든 의병은 결사항전하고, 어린이들은 살아남아 의병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서 그 어린 아이들이 고애신(김태리)의 지도하에 의병훈련을 받는다.

일본군 장교 모리 타카시(김남희)가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며 민족 말살을 말하고 의병의 씨를 말려야 한다고 한 것은 끈질기게 이어지는 조선의 의병 정신을 잘 보여준다.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한 안중근 의사도 의병이다. 안중근 의사는 유인석 대장 휘하 한국의용병 참모중장으로, 재판정에서도 자신을 일반살인자가 아닌 전쟁포로로 취급해달라고 주장했다.

무기도 변변치 않은 의병들이지만 일제는 대한의 의병을 두려워했다. 일제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면서도 무서워했다. ‘미스터션샤인’에서 행랑아범과 함안댁, 가마꾼은 고애신이 탄 것 처럼 위장한 가마를 끌고가며 적을 유인하며 고애신을 대피시키고, 자신들은 기꺼이 총알받이가 된다. 고애신을 숨겨주는 마을사람들의 인간띠를 보고 하세가와 요시미치 일제 조선주차군 사령관은 말문이 막혀 부대를 철수시킨다. 

이런 의병들의 숭고한 행동을 보는 시청자는 먹먹해지고 뭉클해진다.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게 된다. 그런 의병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거나 그분들 때문에 내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다, 마음이 뜨거워진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역사학자인 최석호 교수는 "의병활동은 조선과 함께 시작한다. '무(武)'가 '문(文)'을 지배했던 고려말 무신정권의 폐해를 알고 있었던 정도전은 조선을 설계하면서 '문'이 '무'를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청나라에 무릎꿇으면서 군사력을 일정 규모 이상 키울 수 없었다"면서 "그 대신 외세의 침입을 받았을 때는 지방 사림, 양반들이 중심이 돼 의병을 일으켰고, 민초들이 대거 가담해 나라를 구했다. 따라서 의병 그 자체가 조선이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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