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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가치도 못 믿는 투자자들…“V자 반등 쉽지 않다!”

[헤럴드경제= 박영훈ㆍ김나래ㆍ 김현일 기자] “한국 주식 저평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상승하기 힘들다”

미국발 쇼크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시장에선 ‘지금이 바닥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560선이 무너졌고, 2200선까지 붕괴된 상황이다.

12일 장초반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 여부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현재 한국증시의 PBR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0.88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국증시의 PBR이 가장 낮았던 2015년~2016년의 평균치(0.92배)와 비교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세계 증시가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이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시장 조정의 끝을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 신뢰 붕괴, 청산가치 ‘무의미’…코스피 2000선까지도 감안해야 = 현재 시장의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 환율, 신흥국 불안 등 잇단 악재를 감안해도 증시 하락폭이 지나치다는데 있다. 그야말로 불안심리가 공포심리를 확산시키며, 폭락이 폭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공포 심리가 확산될 경우 시장 신뢰가 붕괴되고, ‘청산가치’조차 무의미해 질수 밖에 없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지만, 한국 증시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주가에서 제대로 반등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코스피 장기 추세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지수가 2011∼2016년에 경험했던 박스권(1,800∼2,220)으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2000선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2일 최근 급락한 코스피의 ‘바닥’이 2040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코스피가 단기 급락하던 때의 멀티플(배수)이 현 시장 최저점(2040)이 될 것”이라며 “2주 연속 3% 이상 단기 급락했던 2009년 금융위기 직후,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매크로가 흔들리던 당시가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피의 가격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상승세만 지속하던 미국 증시도 크게 하락해 작은 변수 하나에도 시장 내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코스피 지수의 바닥은 2050선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처럼 급락 이후 V자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우 연구원은 “2월과 지금의 금융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며 “미국 경기의 하강 우려와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강행 가능성이 혼재하는 데다 미ㆍ중 통상갈등이 패권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국내 증시의 급락 이후 단기 바닥을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B증권 미국 S&P500 지수가 향후 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도 이에 준하는 수준의 조정이 나타날 거라는 판단이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이제 신흥 시장의 반등 기회는 사라졌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2019년 1분기에 새로운 진입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많이 낮아지긴 했으나 반등 계기를 찾기가 어렵다. 실적 기대도 크지 않아 업사이드보다는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크다”며 “중장기적으로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광현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 저평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증시 하락으로 PBR 절대 수치가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상승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코스피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지수 레벨 다운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저점인 코스피 2100선 전후에서 지지력 테스트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증시 쇼크와 관련해 보고서를 내고 하반기 코스피 저점은 2100선으로 전망했다.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코스피 하단을 최근 5년간 PBR의 저점(0.87배)인 2150포인트로 제시한 바 있다”며 “일시적으로 이를 하회하더라도 2100포인트에서 지지선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싸다고 사다가는 낭패보기 십상”… 당분간 관망=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장이 매우 불안한 만큼, 주식을 섣불리 팔거나 사기보다는 철저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당분간 ‘시장 순응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낮아진 주가 레벨에 안도하며 저가매수하기 보다는 아직은 경계감을 유지한 채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을 수 있지만 이후에도 미ㆍ중 갈등과 금리인상 등 산재하고 있는 리스크 탓에 지수 상승은 기술적인 반등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는 추가 하락을 염두한 방어적인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코스피 지표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단기 내 추가적인 하락 폭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며 “단 투매 국면에서 본 피해를 회복하기 까지는 2~3개월이 걸릴 수 있어 섣부른 저가 매수 보다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10월 급락은 펀더멘탈의 문제가 발생산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저가 매력은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외국인 수급 안정이 대외적 금융조건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매수 대응의 제약이 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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