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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15년간 위작보유 ‘미스터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 초 ‘불용’ 처리한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제공=김재원 의원실]
김재원 의원 국감자료서 밝혀져
이성자 화백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유족 2014년 같은 이름 작품 구매
지난해 학예연구원이 의혹 제기

결국 ‘국현’ 보유작품 위작 결론
마리 관장 “소장작품 전수조사”


“국내 최고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작을 15년이나 보유하고 있었다니!”

최근 국감에선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한 점이 ‘위작’으로 밝혀져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3년 국현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구매한 이성자 화백의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이 그 주인공이다. 처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건 유족이었다.

이들은 2012년 소장품전에 나온 작품을 보고 같은 제목의 진작이 있다고 했지만, 미술관은 작가 친필로 작성된 ‘진품확인서’ 등을 근거로 ‘진작’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다 이성자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던 담당 학예연구원이 지난해 말 위작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수백점의 작품을 놓고보니 의문이 든다는 것이 요지였다.

또한 유족이 2014년 다른 경매를 통해 같은 제목, 같은 크기,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도 근거였다. 국현은 두 작품을 비교, 전문가 조사를 통해 위작 결론을 내렸다. 이 작품은 현재 ‘불용’처리된 상태다. 

이성자 화백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 진작(오른쪽)과 위작 비교. [제공=김재원 의원실]
이같은 내용은 김재원(자유한국당)의원의 자료요구를 통해 밝혀졌다. 김 의원은 11일 열린 국감에서 “국현의 허술한 작품 관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문제는 이같은 작품이 이것 한 점에 그치겠느냐”고 질타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현관장은 “필요하다면 소장품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국현 49년 역사상 처음으로 ‘위작’ 결론을 스스로 내린데 이어, 이제 전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제 따라오는 의문이 하나 있다. 어떻게 창립이래 단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을까. 그것이 더 ‘미스터리’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지만, 권위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문제가 있는 작품이 이 작품 하나에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술전문기관이 위작인지 아닌지도 모르느냐는 비난에 동참하기 전에, 알면서도 말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사례가 더 중요하다. 일개 학예사의 의견이 미술관의 앞선 결정을 뒤엎을 수 있었던 데엔 미술관 분위기 변화가 가장 크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말이다. “마리 관장이 워낙 연구 조사에 기반한 전시를 강조하니 가능한 일이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작지만 중요한 변화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늘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위작문제는 비단 한국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도 아니다. 지난 5월에도 프랑스 한 사립미술관 소장품의 60%가 위작으로 밝혀져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위작 논란은 작품이 진짜냐 아니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공신력, 미술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천경자, 이우환, 박수근 위작 논란을 겪으며 미술시장과 미술계가 입은 타격은 숫자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추진중인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지난해 12월에 국무회의에 의결됐으나 해당 상임위에서 공청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미술품을 감정할 수 있는 미술품감정연구센터 지정도 늦어지고 있다. 법안이 위작이라는 ‘유령’을 소탕할 순 없지만 단초는 될 수 있다. 2019년까지 두 장의 달력만 남겨놓고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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